(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뱀 발자국이 경남 하동군에서 발견됐다.
이융남 서울대 교수와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연구원, 미국 페롯자연과학박물관, 중국 지질과학원 연구진은 경남 하동군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의 주인이 약 1억1000만년전 살던 도마뱀이라는 연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도마뱀 발자국은 단 3건으로 이 가운데 지난해 보고된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레아엔시스’는 경남 남해군의 약 1억500만년에서 9700만년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는 이보다 최소 500만년 이상 앞선 시대에 살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발자국 화석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으로 기록됐다.
도마뱀은 평소 네 발로 걷지만 특별한 상황에선 두 발로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도마뱀은 뼈가 작다 보니 화석으로 발견되는 사례가 적어 언제부터 뒷다리로 달리는 능력을 갖게 됐는지 명확하지 않다.
연구진은 2004년 경남 하동군 화동화력발전소 인근의 가로 70cm,세로 30cm인 이암(진흙이 굳은 돌) 표면에서 작은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 이 지역은 1억2700만년에서 1억1000만년 전까지 전기 백악기 지층으로 공룡과 익룡, 악어, 거북 등 척추동물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연구진이 발견한 발자국 가운데 25개는 구부러진 뒷발가락부터 바깥쪽으로 갈수록 길어지며 네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긴 도마뱀의 뒷발자국 화석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4개 발자국은 세 번째 발가락이 긴 앞발자국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도마뱀이 네 발로 걸은 흔적 2개, 두 발로 달린 흔적 2개로 추정됐다.
도마뱀은 속도를 가속하며 상체를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두 발로 달린다. 연구진은 도마뱀이 두 발로 달린 근거로 뒷발자국 사이 거리가 커지며 보행렬 폭이 줄고 발바닥을 디디지 않고 발가락만으로 달린 점을 들었다. 또 발자국 흔적 중 대부분이 뒷발자국인 점도 이족보행을 한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화석 뒷발자국 길이가 평균 2㎝에 불과한 점을 보면 꼬리를 빼면 몸통 길이가 6.8㎝인 작은 도마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같은 지역에서 익룡인 ‘프테라이크누스 코레아엔시스’ 같은 수각류(육식공룡) 발자국이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피해 달아나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자국 화석으로 존재가 드러난 도마뱀은 이전에 발견된 도마뱀과는 완전히 새로운 해부학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도마뱀에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라는 학명을 붙였다. 사우리페스란 고대 그리스어로 ‘사우로스(도마뱀)’와 ‘페스(발)’의 합성어다. 종명인 ‘하동엔시스’는 화석이 발견된 하동군 지명에서 가져왔다. 이번 연구는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소개됐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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