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펭귄이 있다. 먹잇감을 얻기 위해서는 차고 깊은 바다에 뛰어드는 게 당연하지만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질 못한다. 바닷속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먹잇감도 있지만 물개나 바다표범 같은 천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때 한 마리가 먼저 입수를 시도하면 나머지 펭귄도 줄지어 나서게 된다.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고 부른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우리 주위에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첫발을 내디뎌 정상에 우뚝 선 이들이 많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를 소통시킨 마크 저커버그 등이 모두 진정한 퍼스트 펭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주저할 때 우회하는 길 대신 정면으로 돌파해 나감으로써 성공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한국 농업·농촌에도 새로운 생각과 기술로 농업·농촌의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 농업인이 늘고 있다.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우리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농업 현장의 퍼스트 펭귄이다.
충북 진천군에는 삼채농장을 운영하는 나이 서른의 청년 농부가 있다. 호텔리어를 꿈꾸며 유학 생활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농업의 가능성을 깨닫고 창농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강원 화천군 간동면에는 들기름과 참기름 등의 가공품을 생산해 농가 소득을 끌어올리며 똑소리 나게 농사짓는 여성 청년 농부가 있다. 이들은 농업을 새로운 미래 산업 또는 희망코드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올해부터 청년농업인을 적극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이 선보인다. 정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참신한 사업계획을 갖춘 청년창업농 1200명을 선발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한우, 쌀 등 연구모임을 결성해 청년농업인 5000명 육성을 목표로 리더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3월 초, 전북 김제에서 농사지은 곡식으로 빵·쿠키 등을 만들어 6차 산업을 일궈 가고 있는 여성 청년 농부가 농촌진흥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청년 농부다. 인생의 첫 장을 여는 한 쌍의 퍼스트 펭귄이 만들어갈 농업 현장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크다.
결핍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목표를, 목표는 창조를 낳는다. 조금은 더딜지언정 확고한 믿음으로 목표를 세우고 농업 현장의 결핍된 부분이 있다면 채워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보자. 묵묵히 한 길을 걸어가는 퍼스트 펭귄, 이 땅의 청년 농부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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