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공 한국 콘텐츠
최근 1년새 300여편 증가
A&E도 SM엔터 등과 협업
종편·케이블방송 무료 제공
티빙·푹TV 등 국내사도 맞불
시장잠식 우려 속 주도권 다툼
[ 김희경 기자 ]
글로벌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익숙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부터 방영 중인 JTBC 예능 ‘아는 형님’ 등 다양하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국 작품 수는 총 450여 편. 드라마와 예능이 138편, 영화가 312편에 달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2016년 1월 한국 콘텐츠는 60여 개였지만 현재 일곱 배 넘게 늘었다. CJ E&M, JTBC, 스튜디오드래곤 등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의 프로그램 판권을 대거 구매해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 A&E네트웍스 등 국내 진출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한국 프로그램 확보에 나서면서 콘텐츠업계가 환호하는 동시에 긴장하고 있다. 한한령(한류 금지령) 여파로 마땅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던 국내 기업에 ‘단비’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치열한 영역 다툼에서 자칫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시너지 효과 위해 협업 강화
넷플릭스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디렉터는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 시장에서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라며 “미국에서도 확고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적극 손잡고 있다. 190여 개국, 1억1000여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넷플릭스에서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한 번에 전 세계에 동시 진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투자금이 급감한 상황에서 회당 20만~40만달러(약 2억~4억원) 수준에 판매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의 제작사 주가가 치솟은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비밀의 숲’ 등을 넷플릭스에 공급한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전체 작품의 20%를 넷플릭스에 판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량과 금액 면에서 지난해보다 3~4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내 케이블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미디어기업 A&E네트웍스도 마찬가지다. 디즈니-ABC텔레비전그룹과 허스트가 1984년 창립한 이 회사는 200여 개국에서 80여 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히스토리(History), 라이프타임(Lifetime) 등 두 개의 채널을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진출 당시부터 IHQ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콘텐츠 포맷 개발과 공동 투자를 진행 중이다. 요리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과 전문 셰프가 요리 대결을 펼치는 ‘맨 vs.차일드’ 등이 그 예다. 지난 1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예능 ‘아이돌맘’은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이 제작했다.
한국에서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는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도 동시 방영한다. 이 채널들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틀고 남은 시간엔 기존 국내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tvN의 ‘또 오해영’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 중심이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CJ E&M의 OTT 플랫폼인 ‘티빙’도 A&E네트웍스의 두 채널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 협업하고 있다.
◆물밑에선 주도권 경쟁 치열
국내 OTT 업체들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이후 빠르게 재정비에 착수한 티빙은 지난해 1월부터 무료로 tvN, OCN 등 CJ E&M 채널 153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1년 만인 지난달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방송까지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다른 OTT인 ‘푹 TV’를 운영하고 있는 콘텐츠연합플랫폼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국내 50개 채널을 지난해 7월부터 무료 제공하고 있다. 우선 무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료 서비스도 차츰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케이블사인 CJ헬로도 지난해 11월 출시한 OTT 셋톱박스 ‘뷰잉’을 통해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등 각 OTT를 한곳에 모아 선보이고 있다. 다른 케이블사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해 몸집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콘텐츠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진출로 국내 콘텐츠산업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건 맞지만 언젠가는 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며 “이들과의 협업으로 이익을 취하면서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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