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검색 능력 기반으로
자국 시장에서 구글 압도
지도·택시·결제대행 등 영역 확장
2011년 미국 나스닥 상장 성공
러시아어권 '디지털경제 허브' 목표
음성인식 AI·자율車까지 선보여
루블화 가치따라 매출 '롤러코스터'
'내수시장 의존' 한계 드러내기도
정치 리스크 속 해외진출 박차
[ 추가영 기자 ]
한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 3개국은 ‘구글의 영토’ 밖이다. 이들 국가의 검색엔진 시장엔 구글이 완벽하게 침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네이버, 중국에 바이두가 있다면 러시아엔 얀덱스가 있다.
구글과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얀덱스엔 ‘러시아의 구글’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영국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얀덱스를 러시아의 구글이라고만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얀덱스가 택시, 결제, 쇼핑 등 일부 서비스에선 구글을 능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러시아에선 구글, 우버, 아마존을 잊어버려야 한다”며 “얀덱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얀덱스는 러시아어 검색 기능이란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얀덱스택시를 성공시키고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알리사’를 개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해 1년간 주가가 50%가량 올랐다. 얀덱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940억루블(약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구글 견제 성공으로 나스닥 입성
얀덱스는 구글보다 1년 앞선 1997년 검색엔진으로 출발했다. 얀덱스란 회사 이름은 찾아보기, 색인이란 뜻의 ‘인덱스(index)’와 나(I)라는 뜻의 러시아어 ‘Я(Ya)’의 합성어다. 2003년 러시아에 진출하려는 구글이 얀덱스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얀덱스가 구글의 예상보다 높은 몸값을 불렀다” “개발자 출신인 얀덱스 공동창업자를 구글 측에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 등 다양한 설이 떠돌았다. 얀덱스는 두 명의 수학자이자 ‘절친’이었던 아르카디 볼로즈와 일리야 세갈로비치가 창업했다.
얀덱스는 압도적인 러시아어 검색 능력과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로 자국 시장을 장악하면서 구글 견제에 성공했다. 서비스 초기엔 검색 기능에만 집중한 구글과 달리 얀덱스는 부가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2006년 웹방송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출연시키면서 ‘국민 검색창’으로 등극했다. 친소관계를 중요시하는 러시아인의 특성을 감안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친구찾기’ 기능을 전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결제대행 서비스 ‘얀덱스머니’도 내놨다. 볼로즈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회사 전략에 대해 “하나의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거나, 하나의 시장에 집중해서 정말 잘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얀덱스는 2011년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얀덱스는 13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인터넷 기업 중에선 2004년 구글(17억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 모금액이었다.
정치 리스크는 여전
나스닥 입성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위기가 몰려왔다. 러시아 시장에만 집중하면서 생기는 한계는 명확했다. 2014년 러시아 경제 침체로 루블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얀덱스의 수익도 직격탄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이 반정부 의견을 뉴스 포털에 올린다는 이유로 “얀덱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작품”이라고 지적하면서 주가가 2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동창업자인 세갈로비치가 갑자기 암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러시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반정부 성향의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얀덱스는 발톱을 숨기고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되 서서히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편을 택했다. 2014년 6월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상장 후 얀덱스는 중국, 프랑스, 독일, 터키 등 해외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수익모델 다각화에 성공
얀덱스의 위기 타개책은 기존의 성장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부가서비스로 검색시장 점유율을 높였던 얀덱스는 이번엔 ‘러시아의 우버’로 수익모델 다각화에 성공했다. 얀덱스택시는 얀덱스의 지도 및 검색 서비스의 우위를 바탕으로 우버의 러시아 진출을 막아냈다.
러시아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던 우버는 얀덱스택시와의 출혈 경쟁에도 시장을 더 키우지 못하자 얀덱스택시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전략을 틀었다. 얀덱스 자회사인 얀덱스택시가 우버와 합작사 지분의 59.3%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의 60%를 얀덱스가 제공한다.
러시아 정부의 규제도 얀덱스의 편이었다.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의 반독점 위반을 이유로 러시아 규제당국이 안드로이드 앱(응용프로그램)의 선탑재를 막았다. 얀덱스는 러시아 검색시장의 54%, 온라인 광고시장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쇼핑 서비스인 ‘얀덱스마켓’의 월 이용자는 1900만 명에 달한다.
러시아권 ‘디지털경제 허브’로
얀덱스는 러시아어를 쓰는 지역에서 ‘디지털경제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마존의 ‘알렉사’, 애플의 ‘시리’가 못하는 러시아어 음성인식 AI 서비스 알리사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도 다른 서비스가 약한 부문에 뛰어들거나 대안으로 러시아어 버전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얀덱스의 전략이다.
얀덱스는 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자율주행차 시험을 시작한 얀덱스는 폭설 등 악천후를 이겨내고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에 성공했다고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가 보도했다.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얀덱스는 지난해 말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1억달러 규모의 합작사를 세우고 전자상거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얀덱스마켓의 가격비교 사이트를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러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조1000억루블(약 20조원)에 달한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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