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맛동산·오징어땅콩…
수십년 브랜드가 시장 장악
신제품 진입은 허니버터칩뿐
과자 수요층 줄자 이익률 하락
"업계, 모험 대신 안정만 추구"
[ 김용준 기자 ] 첫 번째 퀴즈. 작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스낵)는 무엇일까. 이 질문을 받은 40·50대의 절반 정도가 답을 맞힌다. 농심 새우깡이다. 1971년 나온 국내 최초의 스낵이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중 3분의 1은 갈매기가 먹은 거 아니냐”고 하지만 1등은 1등이다. 물론 20·30대는 맞히기 힘든 문제다.
두 번째 퀴즈. 작년 스낵 시장 순위 2, 3위는? 이 문제의 답을 맞혔다면 역시 중년층일 가능성이 높다. 해태 맛동산과 오리온 오징어땅콩이다.
새우깡 맛동산 오징어땅콩 등 ‘3대 천왕’은 출시 이후 수십 년간 한국 스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 예외인 해가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의 통계를 보면 2015년과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한 해태 허니버터칩이 연속 1위를 했다. 3대 천왕은 2, 3, 4위로 밀렸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순위 변동이 없었다.
과자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두 가지로 해석한다. 아버지가 먹던 과자를 맛본 자식들이 또 그 과자를 먹기 때문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다음은 젊은 세대도 먹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스낵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 퀴즈. 10위 안에는 다른 어떤 과자들이 들어가 있을까. 예상대로다. 크라운 콘칩이 7년간 4~8위 사이를 오갔고 오리온 포카칩 오리지널과 양파맛, 농심 꿀꽈배기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위 안의 명단도 큰 변화는 없다. 롯데 제품 중에는 꼬깔콘이 유일하게 7년간 빠지지 않고 10위 안에 들었다. 프링글스는 2013년까지 차트에 있다가 사라졌다. 10위 안에 새로 들어온 스낵은 허니버터칩뿐이다.
‘과자 장사는 추억을 파는 것’이라고 하지만 시장이 너무 정체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근본적 문제점을 과자시장 자체의 한계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저출산으로 과자 수요층은 줄고, 치열한 경쟁으로 이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신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수백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몇 년치 이익을 다 날린다. 과자업체들이 모험을 피하는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들 수십 년 된 브랜드가 매출을 지탱해 줄 수 있을까. 과자업체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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