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태광그룹, 티브로드 안 팔고 100% 자회사로

입력 2018-02-22 20:08   수정 2018-02-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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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시장 M&A 판도에 중대 변수

태광그룹, 지분 20% 되사기로
콜옵션 행사 전격 결정
IMM, 3년 만에 투자금 회수

몸값 올라가는 SO 매물
딜라이브 등 2곳만 남아
인수 후보들 전략 수정 불가피



[ 정영효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22일 오후 3시55분

태광그룹이 국내 2위 케이블TV방송국(SO) 사업자인 티브로드를 매각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티브로드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유료방송시장 재편 대응 전략을 짜던 다른 SO 및 인터넷TV(IPTV) 사업자들의 계산법도 복잡해졌다. 딜라이브 등 이미 매물로 나온 SO들의 몸값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는 티브로드 지분 20.13%를 콜옵션을 행사해 모두 사들이기로 했다. 태광그룹 측은 콜옵션 행사 결정 내용을 23일 IMM PE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2014년 티브로드 지분 20.13%를 상장 전 지분매각(프리IPO) 방식으로 IMM PE와 JNT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2000억원에 팔았다. 2017년까지 티브로드를 상장시키지 못하면 태광그룹과 이 전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해 IMM PE 컨소시엄의 지분을 되사주는 조건이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IMM PE 컨소시엄이 태광그룹 측 지분 79.73%를 합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도 부여했다.

티브로드의 기업공개(IPO)는 결국 무산됐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와의 경쟁에서 밀려 SO들의 기업 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이에 IMM PE는 지난달 태광그룹과 이 전 회장에게 콜옵션 행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고 태광그룹 측은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IMM PE와 함께 티브로드를 매각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SO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SO 상위 3개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2013년 1만4979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2016년 1만3596원까지 떨어졌다.

IPTV 사업자들이 대형 SO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태광그룹이 티브로드를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 이유다.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법(시장 점유율 33% 이상 제한)이 예정대로 오는 6월 일몰(법안 폐지)되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뿐 아니라 KT까지 SO 인수전에 가세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매각 적기다.

반대로 이동통신 3사가 CJ헬로나 딜라이브 등 경쟁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면 티브로드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IMM PE도 잠재적 인수 후보들을 접촉하며 매각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광그룹은 예상을 깨고 티브로드를 계속 경영하기로 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지만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티브로드를 매각하지 않는다는 이 전 회장의 의지가 확고했다”며 “그룹의 자금력이 충분해 지분을 되사들이는 데 자금 부담도 없다”고 설명했다.

IPTV 및 SO 사업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일단 매물이 줄면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3위 SO 딜라이브의 몸값이 다소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초까지 LG유플러스와 매각 협상을 벌인 1위 SO CJ헬로는 일단 딜라이브 인수전에 올인할 전망이다.

티브로드는 다른 SO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SO 간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 IPTV 주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던 유료방송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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