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월화·수목·주말극 일제히 첫 방송
'드라마 왕국' 옛 명성 되찾을지 관심
[ 이은진 기자 ]
장기 파업 여파로 최근 5주간 드라마를 내보내지 못했던 MBC가 봄을 맞아 신작을 잇달아 선보인다. 평일 황금시간대에 2007년 인기드라마 ‘하얀거탑’을 11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 버전으로 나흘이나 내보내야 했던 ‘곤궁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지상파와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 경쟁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오작두, 유혹자 등 ‘드라마 3종 세트’
시작은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다. 어려운 현실을 이기며 사는 30대 중반 직장 여성 한승주(유이)가 오로지 ‘결혼한 여자’라는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순도 100% 자연인 오작두(김강우)를 데릴남편으로 들이면서 시작되는 로맨스 드라마다. 다음달 3일 첫 방송이 나간다.
MBC는 ‘데릴남편 오작두’의 전작 ‘돈꽃’부터 주말 드라마 편성에 변화를 줬다. 토·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하던 것을 토요일 2시간 연속 방송으로 바꿨다. 방영 시간도 오후 8시50분으로 앞당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돈꽃’은 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여줬고, 주말 오후 7시55분 방송하는 KBS2 ‘황금빛 내 인생’과의 경쟁도 피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돈꽃’은 자체 최고 시청률 23.9%를 돌파하며 인기와 화제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데릴남편 오작두’가 ‘돈꽃’처럼 인기몰이를 할지 주목된다.
다음달 12일에는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가 첫 방송을 한다. 인생의 전부를 바치는 줄도 모르고 위험한 사랑 게임에 뛰어든 청춘 남녀의 위태롭고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우도환·박수영(레드벨벳 조이)·문가영·김민재 등 ‘대세’ 청춘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극 중 박수영은 사랑에 휘둘리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한심하다고 믿는 스무 살 대학생 은태희 역을 맡았다. 미모든 공부든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엄친딸’ 캐릭터. 박수영은 유혹게임의 메인 플레이어인 권시현 역을 맡은 우도환과 아찔한 ‘밀당’을 벌일 예정이다.
다음달 21일 시작하는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이하 ‘손 꼭 잡고’)는 삶의 끝자락에서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사랑, 여전히 설레고 찬란한 생의 마지막 멜로를 그린다. 2014년 ‘따뜻한 말 한마디’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오는 한혜진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혜진은 생각지도 않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되면서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남현주 역을 맡았다. 상대역은 윤상현.
한혜진은 방송을 앞두고 “가족과 인생과 우리가 누구나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 많이 끌렸다”며 “대본을 받고 단숨에 그 자리에서 모두 읽었고 바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운명처럼 만났다고 했다.
SBS·KBS2 새 수목드라마로 ‘맞불’
MBC 드라마의 가세로 드라마 경쟁 판도도 바뀔 전망이다. ‘위대한 유혹자’는 KBS2 ‘라디오 로맨스’, SBS ‘키스 먼저 할까요?’와 시청률 경쟁을 벌인다. 현재 ‘라디오 로맨스’는 평균 시청률 4~5%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을 시작한 ‘키스 먼저 할까요?’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위대한 유혹자’가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드라마들 사이에서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심거리다.
‘손 꼭 잡고’는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수목극 최강자로 자리잡은 SBS ‘리턴’과의 정면 승부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지금 같은 진행상황이라면 ‘리턴’이 다음달 15일 막을 내리고 ‘손 꼭 잡고’는 그 다음주인 3월21일 방송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목 드라마 경쟁에 새 판이 깔릴 전망이다.
SBS는 ‘리턴’의 후속으로 장근석·한예리 주연의 ‘스위치-세상을 바꿔라’를 선보이고, KBS2는 오는 28일부터 권상우·최강희 주연의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시즌2’를 방영한다. ‘리턴’이 떠난 수목극 정상 자리를 어떤 드라마가 차지하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공중파뿐만 아니라 tvN, OCN, JTBC 등 케이블·종편 드라마들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주중·주말 드라마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비를 마친 MBC가 시장을 회복해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은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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