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평창 평화역학, '훈풍'에서 다시 '시계제로'…문재인 '폐막 해법' 주목

입력 2018-02-24 13:04   수정 2018-02-24 13:21

평화 기치 내건 평창 폐막 D-1 文정부 해법은?

트럼프 폐막 앞둔 시점 '제2 선택' 강경 발언
김영철 단장 방남, 트럼프 맞불 대응 우려
'천안함 폭침' 세력 방남 반대여론 ↑은 부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4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이 시계제로 상황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폐막식 참석차 한국 평창에 집결하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 당국자들의 정치적 셈법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대화 기조를 띄던 평창올림픽 정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대북 제재 포문을 열면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평창올림픽 폐막식 특사로 한국에 파견한 뒤 최고 강도의 독자 재제안 그리고 '제 2단계(Phase Two)' 방안을 곧바로 발표했다.

폐막식인 25일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아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북한 고위인사 단장 자격으로 2박3일 방남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과 천안함46용사유족회와 천안함예비역전우회 등이 일제히 반발하며 김 위원장 방남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개막식 참석,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 북한 초청 등 이슈로 개막 초반 훈풍이 불던 남북 대화 국면이 다시 경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지만 김 부위원장이 주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전선부장인 김 부위원장의 역할에 더 주목하고 있다. 남북 대화 및 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협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국내 비판 여론 진화에 노력하고 있다.

◇ 트럼프 폐막 앞둔 시점 '제2 선택' 강경 발언 왜?


일단 큰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이 북한에 다시 무력 사용을 암시하는 강경대응 방침을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해상 봉쇄 제재 대상에 북한 핵무기 개발 자금 조달 창구로 의심받는 56곳(북한 및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무역회사 27곳, 선박 28척, 개인 1명)을 추가했다. 독자 단일 제재 사상 최대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에서 더 나아가 더 강력한 대북 압박책을 언급했다. 이른바 '제 2단계(Phase Two)'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추가 제재의 효과가 없다면 제 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제 2단계는 매우 거친 방식이 될 수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이라고 말해 군사 행동을 암시하는 강경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대화 기류가 형성하는 가운데 나온 미국 강경발언이라는 점에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소극적 군사 행동을 벌이더라고 한국 일본 등 우방과 사전 협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근 남북한 고위인사가 자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대화 물꼬를 트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미국이 구두 개입을 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김영철 단장 방남, 미국 맞불 대응 우려
'천안함 폭침' 세력 방남 반대여론 ↑ 부담


추가 경색 국면의 변수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맞불' 수위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발언에 자극받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방남 체류동안 미국을 향해 맞대응식 강경발언을 쏟아낸다면 다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급격히 빠져들 수 있다.

특히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을 암시하는 발언을 할 때마나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 명의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발사 및 핵무기 위협 등 더 높은 수위의 발언으로 맞대응 전략을 펼쳐온 탓이다.

겉으론 말폭탄을 주고 받으면서도 속내는 미북 직접 대화 성사에 있다는 분석도 많다. 그래서 최대 관심사는 이방카 보좌관과 김 부위원장이 직접 대화 가능성에 쏠린다. 미국 측이 북한 고위급대표단 측에 먼저 접촉을 제안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측 단장 신분으로 미국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을 찾는다.

개막식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노동장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자연스럽게 접촉한 것처럼 폐막식에서 미국 북한 양측 대표단이 만난다.

다만 개막식 전후 비밀리에 추진되던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미북 회담이 불발로 그쳤다는 점은 이번 폐막식 직접 대화 가능성에 부정적 요소다.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 차 이방카 보좌관과 함께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에 온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폐회식에서 김 부위원장 등 북한 인사를 접촉할 계획이 없다고 재확인한 바 있다.

◇ 평화 기치 내건 평창 폐막 D-1 해법은?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여러 돌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고위인사 방남 일정 및 동선을 협의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22일 고위급대표단이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평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해 경의선 육로로 내려간다고 통지했고, 문재인 정부를 이를 받아들였다.

북한 대표단 주축은 김 부위원장 및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잇따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비판 여론은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부담이다. 남북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해도, 천안함 폭침의 주도자로 꼽히는 김 부위원장을 환대하는 모양새는 국내 보수 여론을 극도로 자극할 수 있는 탓이다. 이미 자유한국당 및 천안함 유족 및 보수단체 등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북한 고위급 인사 대화는 지속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평화를 기치로 내세운 평창올림픽의 대단원, 폐막식이 자칫 방남 반대집회, 북한 타도 등 구호로 얼룩질 경우 평화올림픽의 유종의 미 역시 퇴색할 수 밖에 없다. 다시 고개를 드는 미국-북한 간 긴장관계와 국내 비판 여론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평창 폐막 해법을 던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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