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쫄깃한 볶음면에 육수가 스며든 반? 우리 입맛에 '딱'

입력 2018-02-25 15:53   수정 2018-02-25 17:52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1) '변방의 맛' 신장(新疆)

신장에서 맛본 양꼬치·낭컹러우·카오위 '中 구이요리 최고봉'




음식은 지역의 물산과 그들의 역사, 일상과 문화가 압축된 것이다. 중국은 지역별로 다양한 음식문화와 그에 얽힌 풍성한 스토리들, 그곳 사람들의 정서가 서려 있다. 아열대 지방에서 북방의 동토까지, 풍요로운 강남에서 티베트의 고산까지, 서남의 깊은 계곡에서 서북의 사막과 동북의 광야까지, 기후와 물산과 지리적 다양성은 ‘세상의 모든 것’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교통 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기존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서로 접변하고 융합하고 분화해 만들어낸 한층 다양한 것들이 여행객을 즐겁게 한다. 중국 여행에서는 음식문화를 찾아가는 것이 귀중한 여행 가치가 있다. 중국의 특색 있는 음식문화를 잠시 탐닉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의 한 구성 요소가 될 것이다. 중국 지역별로 지상(紙上) 음식기행을 떠나보자.

황량하고 거대한 풍경만큼 맛난 음식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여행객으로 발을 디디면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이드북 첫머리에 신장의 면적이 166만㎢라고 적혀 있다. ‘일개 성의 면적이 대한민국의 16배가 넘는다고?’ 우루무치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면서 스쳐가는 현지인들의 얼굴과 복장을 보면서 “이곳이 중국이냐?”고 반문하게 된다. 누가 미리 알려줘서가 아니다. 우루무치를 벗어나 여행하면서는 초원과 사막, 삼림과 호수, 도로변의 키 큰 가로수에서 오아시스 농업지대의 넓은 밭까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자연과 인공의 풍광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이렇게 거대하고 황량하지만,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는 절경이라니!’

그러나 신장에서 또 하나 놀랄 만한 것이 있다. 여행이 끝나가거나 아니면 여러 번의 여행이 쌓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자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신장 어느 지역이든 상점이나 노점에서 파는, 얇지만 큼지막하고 둥근 마른 스타일의 빵을 볼 수 있다. 중국어로나 우리 독음으로나 낭()이라 한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난’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음식이다. 숯불을 넣은 화덕 안벽에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붙인 채로 구워낸다. 잘게 썬 양파를 바르는 것 이외에 별다른 조리 과정은 없다.

화덕에서 바짝 구워낸 것이고 신장의 기후도 건조하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신장 사람들에게는 면과 함께 주식이랄 수 있다. 버스나 기차를 장시간 탈 때 간식 내지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이고 장기간의 여정에서 비상식량으로도 훌륭하다. 입맛이 예민한 여행객은 이 낭에서부터 신장 음식의 서민적인 매력을 감지할 수 있다.

신장을 포함한 중국 서북 사람들의 주식은 밀이고 밀은 곧 면이다. 나는 신장의 면식에서도 반?(拌面)을 신장의 최고, 아니 중국 면식의 최고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도시의 골목이든 시골 도로변이든 신장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음식은 단연코 반?이다. 저렴한 가격에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렇게 흔한 음식이 훌륭한 한 끼가 돼 주니 음식으로서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반멘,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볶음면

반멘은 밀가루 반죽을 미리 준비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면을 삶아내 큰 접시에 담는다. 그러고는 고기와 채소가 들어 있는 볶음요리를 뜨거운 불에 후다닥 볶아서는 작은 접시에 담으면 그만이다. 반?의 반은 ‘뒤섞다, 버무리다’는 뜻이다. 볶음요리를 면에 얹고 뒤적거리며 비비는 것은 손님 몫이다. 볶음요리는 소고기나 양고기, 닭고기를 넣고 목이버섯 등을 함께 볶아낸 것이다. 고기가 없는 것도 있다. 마늘종이나 토마토와 계란 등을 볶은 것도 인기 품목이다. 무엇보다도 면발이 우리 입맛에 잘 들어맞는다. 입에 넣어도 허술하게 끊어지지 않고, 씹으면 경쾌하게 잘도 씹힌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좋다. 짜장면처럼 후룩후룩 빨아들이듯 먹으면 면발이 입안에서 휘감기는 감촉도 부드럽다. 면과 요리를 섞어 먹다 보면 볶음요리의 육수가 면에 스며들어 면이 더욱 맛있어진다.


대한민국의 면식 요리사들이 신장에서 3개월씩 반? 연수를 받으면 대한민국 면사랑의 행복도가 두어 단계는 훌쩍 올라갈 것이니!


중국 어디서나 양꼬치는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첫 번째로 등장하는 길거리 간식이거나 야식이다. 꼬치에 꽂는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쯔란의 이국적 향기나 고춧가루의 익숙한 매력은 한국 곳곳에 양꼬치 전문점을 들어서게 했다. 나의 양꼬치 애호는 베이징의 아파트 단지 주변 길거리에서 시작됐다. 그 후 중국 여행과 함께 내몽골과 닝샤(寧夏) 간쑤(甘肅) 등 서북으로 갈수록 더 맛있는 양꼬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후의 양꼬치는 신장이었다. 양고기가 신선해서 그런지 양의 육질이 다른 종이라 그런지, 어떤 양념을 하든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중국 최고의 양고기 요리 낭컹러우

신장 양꼬치가 ‘거리의 간식’에서 ‘전문적 요리’로 승화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낭컹러우(坑肉)다. 신장의 양꼬치가 중국 최고의 양꼬치라 한다면, 신장의 낭컹러우는 중국에서 가장 맛있는 양고기 요리로 꼽는다.


낭컹은 낭을 굽는 화덕이다. 어른 키의 반은 되는 높이에 어른 서넛은 들어갈 만큼 옆으로 불룩한 항아리 스타일이다. 낭을 구울 땐 안쪽 면에 낭을 붙여 굽지만, 낭컹러우는 큼지막한 양고기를 쇠꼬챙이에 꽂아 바닥에 세워서 구워낸다. 낭컹러우 전문점은 많지는 않다.


내가 낭컹러우 매력에 빠진 것은 몇 년 전 우루무치의 기사가 쿠얼러시에서 강력하게 추천한 덕분이다. 쿠얼러시 베이러우에 있는 양즈웨이 낭컹러우(羊之味坑肉)란 전문식당이다. 큰길 쪽으로 낭컹이 설치돼 있고 주문을 받으면 쇠꼬챙이에 양고기를 꽂아 소스를 바른 다음 화덕 바닥에 내려놓고 굽는다. 굽는 과정을 살피다가 주인장에게 물으니 소스는 계란 노른자와 다진 양파를 섞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양다리와 갈비 등은 따로 팔고 나머지 부위를 이런 식으로 구워낸다. 재료로 보면 고급 요리는 아니지만 맛으로 보면 최고 양고기다. 그 이후 신장을 몇 차례 여행하면서 항상 쿠얼러를 일정에 포함시키고 쿠얼러에서의 저녁은 항상 이 낭컹러우였을 정도로 내게 낭컹러우는 중국 최고의 양고기 요리였다.


생선구이 카오위와 닭고기 다판지도 매력

신장에서 또 하나의 멋진 볼거리를 겸한 맛난 음식은 카오위(勁魚)라고 하는 생선구이다. 어느 지역이든 물고기를 굽는 요리는 있다. 내가 소개하려는 신장 카오위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변 오아시스인 아커쑤지구(阿克蘇地區) 사야현(沙雅縣)에 사는 위구르족의 토종 음식문화다. 인근을 흐르는 타림하(塔林河)에서 잡히는 팔뚝만한 고기를 굽는다. 이곳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3~5㎏이나 된다. 큰 것은 10㎏까지 나가기도 한다. 굽는 방식 역시 신장의 풍광만큼이나 독특하다. 고기의 배를 갈라 내장을 깨끗하게 빼낸 다음 버드나무 가지를 꿰어 넓게 편다. 그 다음 야외의 맨땅에 얕고 긴 고랑을 파서 숯불을 채운다. 그리고 숯불 옆에 나뭇가지에 꿴 물고기들을 수직으로 꽂아 세운다. 열을 맞춰 세워진 고기들 그 자체가 독특한 볼거리다. 주방이나 화덕에 굽는 것과 달리 이런 야외에서 서서히 굽다가 70~80% 정도 구워졌을 때 소금과 쯔란이나 고추를 가루로 뿌려 맛을 낸다. 기가 막힌 맛이다.


중국 전역에서 신장 음식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다판지다. 커다란 접시에 큼직하게 토막 친 닭고기, 굵직한 감자 조각과 넓은 피다이?이 한데 어우러진 요리다. 약간 매운맛이 나는 안동찜닭과 비슷하다고 할까. 위구르인들이 외지에서 식당을 열면 크든 작든 다판지가 없는 식당은 없었던 것 같다.

다판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대라고도 한다. 타청지구 사완현에는 살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행화촌(杏花村)이란 유명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장모라는 사람이 1992년 최초로 다판지를 상표로 등록했다고 한다.

지금은 감자뿐 아니라 다른 식재료를 넉넉하게 넣은 것도 많다. 샹구지(버섯), 셴차이지(짠지), 훙더우지(홍두), 화취안지(꽃빵), 하이다이지(미역), 유자낭지(빵치킨) 둥더우푸다판지(얼린 두부 닭조림) 지쉐빙다판지(닭조림) 등도 인기 품목이 돼 있다.

포도 대추 토마토도 양과 맛이 으뜸

이렇게 조리한 음식 이외에도 신장에서의 음식 가운데 또 하나의 경이로운 존재들이 있으니 바로 과일이다. 신장 과일의 운명은 좀 색다르다. 건조한 기후와 뜨거운 태양에 과일 겉면은 바싹바싹 타들어가지만, 뿌리에서 힘겹게 흡수한 지하수로 생장하는 게 신장 과일의 운명이다. 과일나무의 생장 과정은 빠듯하지만 그 결과로 과일의 당도는 높아져 정말 맛있다.


투루판의 포도는 그 산출량과 맛에서 최고다. 포도가 많은데 가을 겨울 기온이 급강하하기 때문에 가지에 달린 포도가 얼면서 아이스 와인도 많이 생산된다. 하미과(哈密瓜)는 하미에서 많이 생산되는 멜론인데, 설탕물을 먹고 자란 것 같다. 수박도 한 덩어리만 사면 어른 네댓 명이 실컷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뤄창(若羌)의 대추는 한국산 과일보다 더 맛있는 중국산 과일 중 으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과만한 크기로 자라는데 맛도 정말 최고다.

식재료에서도 놀랄 일이 한둘이 아니다. 우루무치 서부의 스허쯔나 구처 지역에서는 수확한 고추를 황량한 대지에 널어 말린다. 가을이면 붉은 고추가 대지를 뒤덮을 정도다. 우리가 태양초라 하여 애지중지 햇볕에 정성스레 말리는 것에 비교할 수가 없다. 끝도 없는 사막에 넓게 널어 말리고 건조가 끝나면 대형 덤프트럭으로 실어 간다.

신장의 토마토도 어마어마하다. 신장의 토마토는 토종 식물이 아니라 외래 농작물이다. 광대한 평원을 활용한 기계농업에 힘입어 중국의 토마토 생산과 가공량은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다. 오늘날 전 세계 케첩 네 병 중 한 병은 신장에서 생산된 것이라 한다. 값이 비싸더라도 오지에서 바다 냄새를 맡고 싶다면 칭정데위 정도가 좋다. 육수는 흥건하지만 맛은 담백하게 쪄내는 가자미 요리다. 고급식당에서도 단품 요리 하나가 60위안을 넘는 것이 많지 않은데, 신장의 가자미 요리는 200~300위안 정도나 한다. ‘오지에서 먹는 해산물’이기에 음식값도 다소 사치스럽다.

윤태옥 작가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20년간 일하다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곳곳을 여행하고 있다. 1년이면 6개월은 중국을 여행하며 여행기를 블로그에 남기고 이를 추려서 연재하거나 단행본으로 내기도 한다. 저서 《개혁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 《중국식객》 《중국민가기행-당신은 어쩌자고 허락도 없이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길 위에서 읽는 중국현대사 대장정》 《대당제국의 탄생-위대한 동아시아 시대를 연 탁발선비 천년기행》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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