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 미세한 촉감 느끼게 … 인공피부 대량생산법 개발

입력 2018-02-25 18:51   수정 2018-02-26 05:54

삼성전자·스탠퍼드대 연구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

촉각센서 든 신축성 소재 개발
"온도와 다양한 자극 감지하는 고분자 전자기기 생산 가능해져"



[ 박근태 기자 ] 한국 과학자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진이 사람 피부처럼 신축성이 있고 미세한 자극에 감응하는 전자 소자를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람의 손처럼 촉감을 느끼는 인공보철물과 로봇팔 개발에 한층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난 바오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교수와 정종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권순기 경상대 교수 등 연구진은 무당벌레의 작은 움직임까지 감지하는 촉각센서(사진)가 들어 있는 신축성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사람이 세상을 마주하는 주요 감각 기관으로 눈과 귀, 코, 입 못지않게 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직접 불에 닿지 않아도 뜨거움을 느끼고 아기 피부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 팔을 착용하는 장애인은 손끝으로 전해지는 촉감을 잃어버린 채 평생을 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공보철물, 로봇팔에 촉감을 부여하는 인공피부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실 수준에서 가능성을 엿봤을 뿐 실제 대량생산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말랑말랑하고 신축성 있는 고분자 물질에 정교한 촉감센서 회로를 집어넣는 기술과 이를 대량생산하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여러 층의 고분자 물질로 이뤄졌다. 일부 층은 신축성이 있고 다른 일부 층은 정보를 주고받는 반도체 회로 역할을 한다. 전자가 전혀 흐르지 않지만 유연한 절연층도 있다. 연구진은 신축성 전자소자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잉크젯 프린터를 쓰는 방안을 제시했다. 잉크젯 프린터는 종이에 잉크를 쏴서 글자와 그림을 찍어내는 원리로 최근에는 전자회로를 인쇄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가로세로 2인치 크기 사각형에 촉각을 감지하는 6000개 인공 신경회로를 넣었다. 길이를 최소 두 배 이상 늘려도 성질이 변하지 않았다. 두께도 수십 나노미터(1㎚=10억분의 1m)에 불과해 손가락이나 손등에 붙일 수 있다.

1000번 이상 반복적으로 잡아당겨본 결과 전기적·기계적 성질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울퉁불퉁 불규칙한 표면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월 두 배 이상 늘려도 신축성을 유지하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세계가 완전히 새로운 전자기기 시대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 있다고 보고 있다. 딱딱한 실리콘 반도체 대신 사람 피부에 가까워 휴대하기 편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기기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바오 교수는 “머지않아 수많은 제조사가 촉감뿐 아니라 온도와 다양한 자극을 감지하는 피부와 비슷한 소재의 고분자 전자기기를 생산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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