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학 권위자 홍완기 박사 "엔지켐생명과학, 빅파마로 성장 잠재력 충분"

입력 2018-02-26 18:28  



홍완기 미국 텍사스대학교 MD앤더스 암센터 종신교수(77·사진)는 미국암학회 회장을 역임한 종양학 분야의 석학이다. 그는 항암제와 방사선 병행치료법을 개발해 이전까지 성대를 절제해야 했던 후두암 환자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줬다. 이 치료법은 현재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폐암과 두경부암의 권위자인 홍 교수는 항암예방요법에서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7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암학회는 그의 업적을 영구히 기리기 위해 2016년 '홍완기 상'을 제정했다. 지난해 첫 수상자를 배출한 홍완기 상은 올해 미국암학회에서 가장 유명한 힌다-로젠달(Hinda-Rosenthal) 상을 대체하는 상으로 승격됐다. 2018년 수상자는 1만달러(약 1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올 4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학회 연례 회의에서 기념 강연을 하게 된다.

일류 암의학자인 홍 교수를 매료시킨 한국의 바이오벤처가 엔지켐생명과학이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그는 엔지켐생명과학에 대해 "대형 제약사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2015년 4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암학회 회의장에 손기영 대표가 6명의 연구원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손 대표 일행은 몇 시간에 걸쳐 엔지켐생명과학과 그들의 연구를 소개했죠. 이들이 진지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특별 자문위원직을 수락했습니다."

홍 교수와 손 대표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홍 교수는 엔지켐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임상 2상 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구강점막염으로의 적응증 확대에 대한 구상을 전했다. 또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으로서는 연구개발의 큰 줄기를 잡아주는 멘토를 만난 것이다.

홍 교수는 "최근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치료율이 낮고 부작용을 동반한다"며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치료제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엔지켐생명과학의 연구개발 방향은 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녹용에서 유래한 물질인 'EC-18'을 호중구감소증 구강점막염 급성방사선증후군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은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구강점막염은 두경부암 환자 80% 이상에서 동반되는 증세이기도 하다.

홍 교수는 "항암 표준치료법 과정에서 부작용이 심해지면 치료를 중단해야 하고, 이 때 암세포는 계속 자라나게 된다"며 "부작용을 줄여 치료를 이어나간다면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표준치료법이란 암이 진단됐을 때 처음 시행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수술을 병행한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2세대 표적항암제 및 3세대 면역항암제 등은 표준치료법으로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방법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치료법의 부작용을 잡으려는 엔지켐생명과학의 연구개발은 시장 규모나 환자들의 수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면역력을 조절하는 EC-18을 세계 최초의 먹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 치료 중 면역세포인 호중구가 줄어드는 증상으로 여러 합병증을 불러온다. 입 안에 염증이 생기는 구강점막염은 현재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혁신신약 지정 등을 통해 이들의 임상 2상 종료 이후 3상 조건부 판매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돼 면역체계가 무너지는 급성방사선증후군에 대해서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희귀의약품은 임상 2상 이후 판매가 가능하다.

홍 교수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EC-18과 표준치료법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 연구"라며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 중 하나만 성공해도 엔지켐생명과학은 대형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현재 진행 중인 두 건의 임상 2상을 내년 1분기까지 종료하는 게 목표다. 이후에는 공동 연구를 전제로 글로벌 기업에 EC-18을 기술수출할 계획이다. 2상 이후 EC-18을 조건부로 판매하면서 다국적 기업과 병용 요법을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 2상의 중간결과는 올 3분기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교수는 "한국 바이오텍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기초한 연구를 통해 정말 좋은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엔지켐생명과학의 EC-18은 지금 그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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