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조건부 수용' 인 듯
"문재인 정부 대북압박 엇박자에 워싱턴 실망감 커지고 있다"
"4월초 한·미 훈련 재개 이전
북·미 의미있는 진전 없으면 더 큰 위기 가능성" 우려도
[ 박수진 기자 ]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북한 측이 미국과의 대화 의향을 밝힌 데 대해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두고볼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뜻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북한과의 대화를 조건부로 수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북한이 적당히 핵 동결을 조건으로 제재 완화 및 경제지원 등을 받으려 한다면 ‘2단계 제재’로 나갈 수 있다는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어떤 대화든지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찬성하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백악관 성명 발표 직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더 밝은 길이 북한을 위해 열릴 수 있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화가 이뤄지는 중간에도) 미국과 세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끝났다는 점을 계속해서 확실히 해야 한다”며 “대북 최대의 압박은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북 단독제재안을 발표하면서 “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하면 매우 거칠고 불행할 수도 있는 제2단계로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는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일단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을 평가했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이 대화하겠다고 나서고, 미국이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큰 진전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는 4월 초 시작될 한·미연합훈련 전에 북·미 간 의미있는 접촉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전보다 더 심한 위기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화해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북핵 해결 노력에 이미 실망한 미국이 한국의 중개 노력을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최고조의 대북 압박을 취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어 워싱턴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으로 나오지 않고 한국은 계속 대화를 요구한다면 동맹국 지도자의 의지가 심각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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