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전기차 핵심부품
전력반도체 독일·일본이 시장 독점
현대차 출신의 김동진 회장
8년전 아이에이 인수 뒤 체질개선
탄화규소로 강도 10배 높여
"R&D로 최고수준 기술력 확보"
[ 도병욱 기자 ] 자동차용 반도체업체인 아이에이가 2020년 탄화규소(SiC)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양산한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의 핵심 부품이다.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등의 비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선 김동진 회장(사진)이 이끄는 아이에이가 지난해 유일하게 규소(Si) 기반의 제품 양산에 성공해 국내외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01년부터 8년간 현대자동차 대표를 맡아왔다.
◆규소 vs 탄화규소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이와 그 계열사인 트리노테크놀로지는 최근 탄화규소 기반의 전력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샘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채양기 아이에이 부회장은 “현재 관련 시험평가를 하고 있다”며 “공정 수율 및 웨이퍼 품질 향상 문제가 해결되는 2020년부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력반도체는 배터리가 생산한 전력을 각 장비에 필요한 적정 전압 및 전력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전력을 전송하고 변환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일수록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그만큼 배터리 구동시간은 늘어난다. 대부분 규소를 주재료로 생산한다. 국내 생산량은 미미하다. 국내 기업들은 전력반도체 90% 이상을 수입해서 쓴다.
아이에이가 이번에 샘플 개발에 성공한 자동차용 전력반도체는 탄화규소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탄화규소는 규소와 탄소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규소보다 저항은 작고 강도와 열전도율은 각각 10배, 3배 이상 높다. 열도 덜 발생한다. 이에 따라 탄화규소 전력반도체의 에너지 손실량은 규소 전력반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섭씨 200도 이상 고온에서 구동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인피니언과 르네사스는 2019년부터 탄화규소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로부터 1년 뒤 아이에이도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미래 시장에 도전장
아이에이가 차량용 반도체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김 회장이 사령탑을 맡고 나서다. 1993년 설립된 아이에이는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주력 제품 부재로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분위기는 2010년 김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바뀌었다. 그는 30년 이상 자동차업계에 몸담은 경험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실전 능력을 앞세워 기업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갔다. 주력 분야를 통신에서 자동차용 반도체로 변경하고 연구개발(R&D)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2009년 매출 220억원, 영업손실 27억원에 그쳤던 아이에이의 경영 실적은 2016년 매출 759억원, 영업이익 22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는 국내 최초로 차량용 전력반도체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현대·기아차마저 자동차용 반도체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국산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미래 성장성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친환경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차량을 제조하는데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0%에서 향후 10년 내 1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개발은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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