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예후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예측하는 지표를 개발했다.
서울대병원은 이승표 순환기내과 교수(왼쪽)와 이희선 순환기내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2011~2015년 새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27명의 심장 MRI 정보에 ‘T1맵핑’ 기술을 적용해 평균 2년 6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대동맥판막협착증 예후와 관련된 중요한 인자인 심장근육 섬유화를 판별하는 지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발표했다.
MRI는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 인체에서 되돌아오는 자기파를 측정해 영상을 얻는 장비다. 자기파가 돌아오는 시간은 섬유화, 염증, 경색 등으로 주변조직의 상태가 좋지 못하면 늘어나고, 반대일 경우 줄어든다. 이때의 시간을 ‘T1값’이라고 하고, T1값을 색상으로 표현된 영상으로 나타낸 것을 ‘T1맵핑’이라고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심근의 T1값이 높을수록 환자의 예후가 좋지 못했다. 값이 가장 높은 군은(심근 섬유화가 가장 심함) 42.9%가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로 응급입원을 경험했다. 반면 값이 가장 낮은 군은 이 비율이 2.4%에 그쳤다.
연구팀은 또 연령, 증상 여부, 심근손상 정도 등 기존에 알려진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위험인자와 심근 T1값을 함께 분석하면 수술 후 결과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 대상 127명 중 대동맥판막 치환수술을 받은 환자 87명을 추가로 분석해보니, 수술 전 심근 T1값이 가장 높은 군에서 수술 이후 사망 및 심부전 악화로 인한 응급입원이 4건 발생했다. 반면 값이 가장 낮거나, 중간인 군에서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심장이 피를 잘 내보내지 못하는 질환이다. 좁은 판막 틈으로 피를 내보내기 위해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근육은 섬유화로 비대해진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 나타나고, 급사의 위험도 있다. 현재 대동막판협착증 환자의 주된 검사는 심장초음파검사다. 하지만 심장초음파는 심장근육의 섬유화를 보여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승표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질환의 상태와 진행 속도, 환자의 증상과 동반 질환 등을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예후 예측을 가능케 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희선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부분 퇴행성이 원인이라 예방하기 쉽지 않으며, 고령화되는 현대사회에서 환자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슴통증, 호흡곤란, 두근거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미국심장학회 공식 자매지인 ‘JACC Cardiovasc Imag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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