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진 사교육 열풍… 대치동 학원가 '강남 1위 상권' 떠올라"

입력 2018-02-27 17:36   수정 2018-02-28 06:04

현장 레이더

새 아파트 입주…수요 증가
압구정·신사동 상권 앞질러

입시제도 변경…학원 더 늘어
음식점·카페 등 덩달아 '활기'

유통 대기업도 진출 노려
신세계 계열사 570억 건물 매입



[ 양길성 기자 ]
27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M학원 1층의 전용면적 45㎡ 남짓 국숫집은 책가방을 멘 학생들로 북적였다. 좌석은 34석 가운데 30석이 차 있었다. 3호선 대치역 대로변에 있는 이 식당의 임대료는 월 700만원. 3.3㎡당 40만원을 훌쩍 넘는다. 비싼 임대료에도 식당은 1년째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식당 종업원 A씨는 “평일·주말, 점심·저녁 할 것 없이 학원을 찾는 학생이 많아 높은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상권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입시제도 변화로 사교육 수요가 더 늘고 있는 데다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배후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명동 가로수길 등 대부분 광역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강남 최고 상권 ‘우뚝’

대치동 상권은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은마아파트 사거리 주변에 넓게 포진한 사교육 상권을 말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동 상권 상가의 3.3㎡당 평균 월세는 지난해 9월 기준 18만원이다. 강남구 6개 상권 중 가장 높다. 선릉역 상권(14만4500원), 압구정 상권(13만7500원), 신사동 상권(13만800원) 등의 평균 월세가 다 대치동을 밑돈다.

지난 3년간 평균 월세 1~2위를 지킨 압구정·신사동 상권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치동 상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대치동 상권 임대료는 다른 상권과 달리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평균 월세는 3.3㎡당 16만9000원으로 2013년(11만8000원) 대비 43.22%나 올랐다.

3호선 대치역 사거리 대로변으로 가면 임대료가 더 높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학원 건물 1층 상가(전용 64㎡)가 보증금 2억원, 월세 78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평균 41만원이다. 옆 건물 1층 점포(전용 49㎡)는 보증금 1억5000만원, 월 임대료 930만원을 호가한다. 10년 넘게 이 일대를 지킨 C음식점은 전용 40㎡ 크기의 작은 점포지만 권리금 1억3000만원, 월세 700만원에 새 임차인을 찾고 있다.

높은 임대료에도 점포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월세를 못 내서 장사를 그만둔 식당은 적다”며 “임차 주기도 3~4년으로 긴 편”이라고 전했다.

임차 수요도 부쩍 늘었다. 대치동 B공인에 등록된 대치동 일대 점포 매물은 500여 개. 이 가운데 하루 평균 2~3건의 임대차 거래가 이뤄진다. B공인 관계자는 “하루 15~20건 문의 전화가 오고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며 “은퇴 후 식당 카페 등 요식업을 하려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통 대기업도 대치동 상권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신세계프로퍼티는 대치동 599에 있는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5097㎡ 건물을 사들였다. 매입금액은 약 570억원이다. 신세계그룹은 이 빌딩에 노브랜드 전문점과 스타벅스 등을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배후 수요에 학군 수요까지

대치동 일대는 전통적으로 고정 수익을 올리기 좋은 상권으로 꼽힌다. 주변에 아파트가 밀집해 배후 수요가 풍부하고 소비성향도 높아서다. 여기에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1월), 대치SK뷰(2017년 6월) 등 재건축을 마친 새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배후 수요는 더 늘었다. 대치동 거주자(강남구청 기준)는 2014년 1월 8만4741명에서 지난해 1월 8만7490명으로 2749명 늘었다.

지난해 정부가 자사고·특목고 우선 선발 폐지 등 입시제도를 변경하면서 대치동 학군 수요가 더 늘어났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학원가를 고리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를 겨냥한 문구점, 커피전문점, 제과점, 편의점, 서점 등 연관 업종의 수요도 풍부하게 형성되는 추세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치동은 외부 유입 인구가 적어도 배후 수요가 풍부하고 소비력이 높아 수익을 유지하기 수월한 상권”이라며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학원도 즐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 카페 등이 덩달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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