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전 집중 근무하는 가전·IT사… 성수기에 바쁜 의류·식품사 "우린 어쩌나"

입력 2018-02-27 17:45  

'근로시간 단축' 산업현장에 메가톤급 쇼크

'획일 적용' 어려운 기업들
"6개월 바쁘고 6개월은 한가
성수기 주문 도저히 못 맞춰
시행 전에 보완책 마련해야"



[ 고재연/이유정/김보형 기자 ] 2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이달 초 전략 신제품을 발표한 모 전자회사 상품기획팀 A과장은 출시 3개월 전부터 ‘야근’에 들어갔다. 주말 내내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이 같은 ‘집중 근무’는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A과장이 몸담고 있는 전자업체처럼 매년 신제품을 정기적으로 출시해야 하는 기업과 계절적으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의류·식품업계 대응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계절적·일시적 요인으로 근로시간 또는 인력이 몰리는 업종 및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요구해온 경영계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상 주요 가전제품이나 정보기술(IT)사업부 소속 연구개발(R&D) 인력은 신제품 출시를 3~6개월가량 앞두고 집중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몰아서 하는 것은 R&D뿐만 아니라 기획,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 모두 적용된다”며 “사업 특성을 반영해 집중 근무를 허용해주고 제품 출시가 끝난 뒤엔 장기간 휴가를 갈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의류 및 아웃도어업체 등도 고민에 빠졌다. 수도권에 있는 아웃도어 용품업체 D사는 베트남에 약 5만㎡ 규모 공장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L사장은 “우리는 1년 중 6개월은 바쁘고 6개월은 한가한데 이렇게 엄격하게 근로시간을 규제하면 주문량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이 보완되지 않으면 우리 업종은 모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절적인 성수기에 일이 몰리는 빙과업계의 고민도 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소화할 수 없는 전문기술자를 제때 충당하지 못하면 비용을 차치하고 생산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공장 가동을 멈추고 1~2개월간 정기 보수를 하는 정유·화학업계도 근로시간 단축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정된 기간에 인력을 집중 투입해 정기 보수를 마쳐야 하는 업무 특성상 일시적으로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을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인사담당 임원은 “4조3교대를 운영하는 만큼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정기 보수 기간이 되면 인력 활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재연/이유정/김보형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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