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사의 거대한 뿌리 김수영… 전집 결정판 나왔다

입력 2018-02-27 18:31  

50주기 맞아…미발표 시·미완성 초고까지 총망라


[ 심성미 기자 ] “한국 시의 많은 부분이 김수영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그는 시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등 한국 현대시의 관습을 만드는 데 큰 영향력을 미쳤습니다.”(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시 ‘풀’로 잘 알려진 저항 시인 김수영(1921~1968·사진) 타계 50주기를 맞아 그의 모든 작품을 망라한 《김수영 전집》 결정판이 민음사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김수영 연구의 권위자이자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의 편자인 이영준 교수가 이번 전집을 엮었다. 이 교수는 “김수영 시인의 동생이자 현대문학 편집장이었던 김수명 선생이 편집한 1981년판과 2003년판 전집, 내가 펴낸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시인 생전에 발간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 등을 참고해 정본 확정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집 결정판이 이전 판본과 다른 점은 김수영 시에 붙어 있던 마침표를 비롯해 잘못 들어간 구두점을 모두 삭제한 것이다. 한국 시는 외국 시와 다르게 대부분 마침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구 인쇄 문화가 도입된 뒤 1930년대까지는 시에도 마침표를 찍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교수는 “전통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시에서는 시가 완전히 끝나는 지점에 아주 큼직한 크기의 동그라미 하나만 찍는다”며 “그러나 인쇄 문화 도입 후 1910~1930년대 시에서는 별생각 없이 ‘문장이 끝나면 마침표를 찍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에도 마침표가 찍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의 없이 시에 마침표를 찍어 자신의 시를 발표한 신문에다 다시 마침표를 빼는 표시를 한 신문지도 남아 있다”며 “김수영 육필 시는 마침표와 약 20년간 전쟁을 벌인 기록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김수영 시인은 일상어나 욕설, 남녀 간 육체적 사랑도 시적 대상이 된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준 시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집에는 2003년 판본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음악’ ‘그것을 위하여는’ ‘태백산맥’ ‘너…세찬 에네르기’ 등 새로 발굴된 시 4편과 ‘겨울의 사랑’ ‘연꽃’ ‘김일성 만세’ 등 미발표 시 3편, ‘애(哀)와 낙(樂)’ ‘탁구’ ‘대음악’ ‘승야도’ ‘은배를 닦듯이’ ‘바람’과 제목이 없는 시 9편 등 15편을 모두 합쳐 총 22편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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