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시의무 강화하면 상장수요 확 줄어들 것"
[ 조진형 기자 ] 전문투자자 전용으로 개설된 코넥스시장에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넥스 상장기업은 분기 실적을 공시할 의무가 없어 개인투자자가 투자기업의 실적도 파악하지 못한 채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기업설명(IR) 역량 등이 부족한 코넥스 상장사에 일반 상장기업처럼 공시 의무를 강화하면 부담이 커진다고 항변했다.
◆급증하는 코넥스 개인투자자
27일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넥스시장의 개인투자자 매매비중은 88.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76.1%)보다 12.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13년 코넥스시장이 개설됐을 때만 해도 개인 매매비중은 51.7%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는 코넥스시장이 창업 초기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만큼 투자자를 벤처캐피털, 기관투자가, 3억원 이상 예탁한 개인 등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코넥스시장 매매가 저조하자 2015년 개인투자자 제한이 대폭 완화됐다. 기본예탁금 기준은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줄였고, 소액 투자자도 3000만원까지는 소액투자 전용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 있게 했다.
올 들어 코넥스 전용계좌 개설은 1년 전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올해만 코넥스 전용계좌가 1000계좌 가까이 신규 개설됐다. 2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작년 한 해 동안 개설된 수준(1108계좌)에 달하고 있다.
개인 참여가 늘면서 올 들어 코넥스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02억원으로 지난해 19억원의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체 시가총액도 6조2866억원으로 지난해 초(3조6638억원)의 두 배가량으로 불었다.
◆“묻지마 투자 우려”
개미 투자자가 대거 뛰어들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넥스시장은 상장 ‘문턱’이 낮을 뿐 아니라 상장 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도 대폭 완화됐다. 코넥스 기업의 수시공시 의무사항은 29개로, 코스닥(52개)보다 절반가량 적다. 단일판매·공급 계약, 단기차입금 증감뿐만 아니라 분기 실적 공시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12월 결산법인은 매년 3월 말 사업보고서만 내면 된다.
지난해 실적 결산이 마무리된 지금도 2016년 사업연도 실적 외에 투자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탈모 관련 정보제공 회사인 탈모닷컴은 올 들어 코넥스시장에서 주가가 10배 가까이 뛰었지만, 2016년 실적 외에 공개된 정보가 없다.
작년 실적을 자발적으로 발표한 코넥스 기업은 전체 149곳 가운데 한국비엔씨 인산기 2곳뿐이다. 키움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선 코넥스기업의 일별 주가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넥스시장에 관심을 둬봤지만 지난해 1분기 실적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며 “투자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해 ‘내부자 정보’ 거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코넥스 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면 코넥스시장 상장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 기업은 창업 초기의 중소기업이어서 일반 상장기업 수준으로 공시 의무를 지울 수 없다”며 “코넥스에 관심을 둔 개인투자자는 직접투자보다 코넥스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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