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없이 치른 롯데지주 첫 주총… '시험대' 통과했다

입력 2018-02-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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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분할합병안에 일본 롯데 찬성
신동주 전 부회장측 발언 없어
소액주주 항의…50분간 중단도



[ 안재광 기자 ] 롯데지주가 6개 비상장사를 분할·합병하는 안건이 27일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롯데가 신동빈 회장의 구속 후 첫 ‘시험대’를 무사히 넘겼다는 평가다. 일부 소액주주의 반발로 주총 현장이 소란스럽긴 했지만 일본 롯데의 반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발 등 신 회장 부재로 우려됐던 상황은 없었다.

롯데지주는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등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한 뒤 롯데지주에 흡수합병시키는 게 안건이었다. 롯데아이티테크 합병안도 포함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5811만5783주)의 67.1%인 3900만9587주가 참석, 87%(3395만358주)가 분할·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특별결의 요건인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전체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참석’이란 조건을 충족했다. 오는 4월 초 분할·합병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면 롯데는 그룹 내 순환·상호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게 된다. 또 90개 계열사 중 54곳이 롯데지주로 편입된다. 기존에는 42개 계열사만 편입돼 있었다.

의결권 기준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60.9%까지 올라간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 비중이 37.3%로 높아져 나머지 주주의 의결권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모두 상승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은 신 회장이 지난 13일 구속된 뒤 열리는 롯데지주의 첫 주총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신 회장을 정점으로 한 롯데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이 안건이라서 더 그랬다. 신 회장이 없는 탓에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많이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번 안건을 승인해 줬다. 황 부회장은 “일본 롯데가 분할·합병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는 직·간접적으로 롯데지주 지분 약 20%를 보유 중이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전 부회장 측의 발언도 없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작년 8월 롯데지주 출범을 위한 주총에선 대리인을 통해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고 현재 0.2%(17만1673주)의 지분만 갖고 있다.

주총 결과는 롯데 측이 의도한 대로 끝났지만 반발이 없진 않았다. 일부 소액주주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분할·합병 이유가 납득이 안 간다”, “합병비율이 잘못됐다” 등의 이유로 발언 기회를 계속 요청해 소란이 벌어졌다. 의장을 맡은 황 부회장이 이를 대부분 받아줘 주총 시작 50분이 지나도록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주주는 “신 회장의 구속은 부당하기 때문에 청와대에 청원하자”고 호소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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