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서도 쓰는 실시간 통역기 '일리'…“한국어, 영어로 0.2초 내 번역”

입력 2018-02-28 10:00   수정 2018-03-01 09:24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CEO 인터뷰
스마트반지 개발 실패 딛고 일어서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기자가 웨어러블 번역기 ‘일리’에 이렇게 말하자 “お?いできて光?です”라고 정확히 번역돼 나왔다. 이에 다소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리의 개발자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최고경영자(CEO)였다.

요시다 CEO의 첫인상은 경영인이라기보다 마치 패션모델에 가까웠다. 검은색 정장으로 멋을 낸 모습과 음악인들이 할 법한 헤어스타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사람이 어떻게 웨어러블 번역기를 개발하게 됐을까.

요시다 CEO는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엔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엔 컴퓨터와 상관없는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거나 바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취미로 다루던 ‘라즈베리파이’(초소형 컴퓨터)로 화장실 출입 횟수를 셀 수 있는 센서를 만들면서 스마트기기 개발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자는 것이 제 인생 모토입니다. 금박 입힌 장미를 파는 이벤트 회사나 바를 운영한 것도 사업이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스마트기기 개발에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그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링’이라는 스마트반지를 개발했다. 수백만 달러를 모은 링은 손가락만으로 스마트폰의 음악을 틀거나 각종 스마트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기기였다. 그러나 개발 지연과 미흡한 성능, 269달러라는 비싼 가격 탓에 언론으로부터 ‘최악의 킥스타터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요시다 CEO는 좌절하지 않고 실패로부터 길을 찾기로 했다.

“링은 참신함에서는 화제를 모았지만 실생활에 쓰기에는 완성도가 부족한 기기였습니다. 그래서 일리를 개발할 때는 철저히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기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는 처음엔 인터넷을 이용한 번역기를 개발했다. 50여 가지 시험판을 만들었지만 만족스런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여행지에선 인터넷 접속이 불안정한 지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과감히 오프라인 번역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또 사용방법을 간단히 하려고 단방향으로만 번역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의사 전달에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서다.

요시다 CEO는 “번역 앱(응용프로그램)의 성능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도시만 벗어나도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오지가 많다”며 “일리는 어떤 곳에서든 최단 0.2초 내로 번역할 수 있어 믿을 수 있는 기기”라고 설명했다.



일리는 여행용 회화에 특화된 번역기다. 간단한 문장은 매끄럽게 번역할 수 있다. 요시다 CEO와 대화할 때도 인사말을 간편히 일본어로 전환할 수 있었다. 아직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와 일본어뿐이지만 중국어도 추가될 예정이다.

요시다 CEO는 “즐겁게 사업을 하는 것이 곧 취미 생활”이라며 “다음 사업 아이템도 많지만 지금은 일리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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