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웰니스 홈페이지에는 ‘컨시어지 같은(concierge-like)’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직원 개개인에게 맞춤형 헬스트레이너나 전담 의사가 제공하는 밀착형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내건 채용공고를 보면 이 센터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주치의는 기본이고 일종의 건강 설계사인 헬스파트너도 있고 운동전담 코치도 상주한다. 기타 채혈전문가, 센터 종합 안내인 등이 직원의 건강을 돌보게 된다.
애플이 세계 최고 시설을 계획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은 종업원 복지다. 우수한 인력 유치를 위해 토털 헬스케어만 한 유인도 드물다. 비용 문제도 고려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간 누적으로 약 7000만 명의 노동자가 건강상 직장에 나오지 못해 260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건강 클리닉은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회사에 플러스로 작용한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센터를 애플 제품의 ‘테스트 베드’ 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CNBC 방송은 “애플이 이 클리닉을 의료 서비스와 자사 제품의 성장 범위를 테스트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워치, 건강관리 앱 등을 통해 건강 관련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애플이 건강 클리닉을 통해 얻은 다양한 자료와 임상 경험 등을 빅데이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애플로서는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데이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장기간 수집된 훌륭한 빅데이터로 꼽힌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제도와 사회분위기 탓에 활용에 제약이 많다. 비식별 진료 내역 활용조차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어려운 상황이다. 마침 정부가 공공데이터 개방 방침을 밝혔다. 우리도 애플처럼 빅데이터를 좀 지혜롭게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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