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릴레이 친노정책'… "이제 기업 목소리도 들어야"

입력 2018-02-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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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조에 유리한 노사관계 법제 개혁해야"

"기업들 부담 덜어달라"
파견근로 업종 확대, 시간제 근로 활성화
임금 인상 '속도 조절'



[ 이심기/좌동욱/최종석 기자 ] “이제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27일 여야가 주 최대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하자 많은 기업인은 “정부의 몰아치기식 친(親)노동정책으로 단기간에 너무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그리고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결정된 근로시간 단축으로 현 정부가 공언한 ‘노동정책 3종세트’가 완성됐다”며 “이제는 경영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10개월 만에 마무리된 노동정책 3종 세트는 산업 현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의 압박 속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람 뽑기가 무섭다”는 하소연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유급 공휴일이 연간 15일가량 늘어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 사용 제한 강화 △비정규직 차별 시정 △노동이사제 도입 △간접고용 시 원청업체의 책임성 강화 등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 예고된 친노동정책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경제계는 노동정책의 주도권을 노동계가 쥐면서 ‘노사정(勞使政)’이 아니라 ‘노사노(勞使勞)’ 대화판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신임 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권 개입 의혹 이후 경총이 산업계의 이해를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 임원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버리는 친노동정책이 쏟아지면서 기업인 사이에선 핵심 연구개발(R&D) 기능을 뺀 생산시설은 모조리 해외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스스로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진한 친노동정책을 되돌아보고 기업 생존과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대기업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사관계 법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많은 기업인의 주문이다. 구체적으로 △파견근로 업종 확대 △시간제 근로 활성화 △인력공급사업 규제완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이 외부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여유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 위기 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의 길을 터주는 한편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병원 전 경총 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은 현재 일자리를 갖고 있는 기득권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라며 “오히려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쟁의행위에 맞선 사용자의 보호장치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파업 시 대체근로는 금지돼 있으며 직장폐쇄 요건이 엄격해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방어적’으로만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단체협약 주기도 1년에 불과해 상시적인 노사 갈등 요인이 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고용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정기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에 “이제 ‘뿌리산업’은 심각한 구인난에 직면하게 됐다”고 탄식했다. 한 금형업체 사장은 “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늘리고, 파견 근로 허용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지만 노동계 반발이 심해 정부에서 받아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심기·좌동욱 기자/최종석 전문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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