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보트 계류장 넘어
숙박·쇼핑·문화 복합휴양시설
지역경제 살리는 '황금알 거위'
지자체들 앞다퉈 건설 계획
[ 하인식 기자 ]
해양수산부가 볼보컵 유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전국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마리나항 개발 및 유치 경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늘어나는 마리나항만 수요
지자체들이 마리나 육성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폭발적인 경제효과와 함께 국내외적으로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나는 해양·관광산업의 핵심 기반시설로 ‘해양 레저의 꽃’으로 불린다. 요트·보트의 계류장을 넘어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숙박, 쇼핑, 문화 공간이 결합된 복합 휴양시설이다. 미국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 해안의 마리나델레이 해양리조트 단지는 1965년 상업항에서 마리나항만으로 전환됐다. 선박 5300척을 접안시킬 수 있으며 각종 호텔과 쇼핑센터, 주거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3억8000만달러(약 42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창출했다. 일자리도 2173개가 새로 생겨났으며 관련 세금은 2020만달러(약 220억원)를 거둬들였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레저선박 수는 1만7583척. 이는 2007년 대비 4.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요트·보트 조종면허 신규 취득자 수는 2016년 기준 18만5129명으로 2007년 이후 연평균 10%가량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처럼 국내외 레저선박 수와 요트·보트 조종면허 취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국내의 마리나시설은 열악하다.
국내에는 33개 마리나가 운영되고 있다. 2020년이면 마리나항만 개발 수요는 2만 척으로 늘어나는데 현재 총계류용량은 2335척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전체 레저선박 1만7583척 중 13.4%만이 마리나항만에 계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기존 어항 등을 활용해 지자체와 민간이 개발한 것이어서 수용 용량이 부족하고 시설이 영세하다. 상대적으로 시설이 제대로 갖춰졌다고 할 수 있는 전용 마리나항은 7개소에 불과하다.
◆동북아 거점형 마리나 클러스터 추진
정부는 2013년부터 울진 후포, 당진 왜목 등 전국 6곳을 거점형 마리나항만으로 지정하고 항만정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곳을 해양관광 중심지 육성, 마리나산업 클러스터 조성,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처리 기능, 국제 마리나 네트워크 등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경북 울진군은 2019년까지 후포항 일대를 요트·보트 등 레저용 선박 300여 척이 계류할 수 있는 마리나항으로 개발한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거점형 마리나항만 사업으로 선정돼 총사업비 556억원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임광원 울진군수는 “러시아와 가까운 후포항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러시아 레저선박을 유치하고 선박 수리와 요트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적 요트아카데미로 육성하면 연간 140여 명의 고용효과와 3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 왜목마리나는 중국 국유기업인 랴오디그룹이 1148억원을 투자해 방파제, 계류시설, 클럽하우스 등을 갖춘 300척 규모의 마리나항만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 완공 후 2단계로 959억원을 투입해 숙박휴양시설, 수변상업시설 등 마리나항만 부대시설도 개발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총계류선박 300척 중 70%는 중국 등 해외에서 마리나 관광객을 유치할 방침이다. 2단계 부대사업이 완료되면 총 43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878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된다.
부산 해운대 동백섬 앞 운촌항에는 요트 250척을 계류할 수 있는 마리나시설이 들어선다. 태풍 해일에 선박을 보호하고 관광객이 동백섬과 광안대교, 마린시티 등을 조망할 수 있는 다목적 방파제가 설치되는 이 사업에는 837억원(국비 280억원, 민간자본 557억원)이 투입된다. 운촌항에는 14만1121㎡ 부지(해상 8만6466㎡, 육상 5만4654㎡)에 레저 선박 250척을 계류할 수 있는 시설과 방파제(길이 255m), 호안, 클럽하우스, 공원, 선박 수리시설 등이 조성된다. 운촌항에는 2009년 12월 당시 지식경제부의 승인을 받아 2014년 준공된 해양레저특구사업 일환으로 마리나시설이 설치됐으나 작은 파도에도 계류시설이 파손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해양수산부는 외곽시설과 계류시설을 설치하는 운촌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부산지역 마리나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미컨소시엄은 해운대 운촌 마리나항만 사업계획 공모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경북 포항시는 총사업비 2000여억원의 민자를 확보해 북구 두호동 영일대해수욕장 일대 해상 3만1497㎡와 육상 18만8503㎡ 등 22만㎡ 부지에 200척의 요트를 계류할 수 있는 마리나시설을 조성한다. 사업부지에는 놀이시설과 수영장, 콘도미니엄 및 호텔, 복합문화공간, 이벤트공간, 공원 등 다양한 해양 관광레저시설이 들어선다.
동양건설산업이 해양수산부의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마리나항만법)’에 따른 국내 첫 민간 제안사업으로 이 사업을 수주했다. 회사 측은 사업이 마무리되면 감정평가를 거쳐 전체 투자비 내에서 조성 부지와 시설 소유권을 인정받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두호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은 포항을 글로벌 해양레포츠 관광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침체된 포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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