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춘호 기자 ] 네덜란드 북부 게메르트 지역에서 지난해 10월 사람과 자전거가 건널 수 있는 다리가 3D(3차원) 프린터로 건설됐다. 길이 8m, 폭 3.5m인 이 다리는 최대 약 2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철근이 들어가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3D 프린터로 재해석해 교량을 제작했으며 조립은 다리 현장에서 이뤄졌다. 네덜란드 건설회사 밤(BAM)과 아인트호벤공대의 산학 협력에 의한 합작품이다. 대학의 제의를 기업이 선뜻 받아줬다. 물론 주택 건설도 3D 프린팅으로 가능하다. 의료 및 생산현장 일부에서 쓰이던 3D 프린팅이 이제는 건설현장에까지 쓰임새가 늘었다.
이런 3D 프린팅 기술에서 네덜란드가 앞서가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기술 수준에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분석도 있다. 3D 프린트 출력서비스 제공업체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셰이프웨이즈도 네덜란드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네덜란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MX3D는 건설 교량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MX3D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다리를 3D 프린팅으로 세우고 있다. 이 다리는 특히 현장에서 3D 프린터 로봇이 직접 작업하고 있다. 치과용 의료 소재와 식품에서도 3D 프린터 응용에 바쁘다. 네덜란드의 강점인 정보기술(IT) 농업에서도 이 같은 3D 프린팅을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네덜란드는 인쇄활자를 개발한 구텐베르크와 비슷한 연대에 인쇄술을 발명했다고 알려진 로렌스 코스터의 전통을 이어받은 국가다. 근세 유럽에서 네덜란드의 인쇄 길드는 정평이 나 있었다. 무엇보다 네덜란드는 세계 5위 수출대국이며 무역강국이다.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고 바다를 개척한 모험 상인의 기질이 아직도 남아 있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응용하며 상용화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것이다. 3D 프린팅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장난감처럼 취급받던 3D 프린터를 실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도전하고 있다. 대학의 과감한 실험에 기업도 적극 협력하는 모양새다. 그런 분위기에서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가 CD를 개발했으며 네덜란드 출신 엔지니어들은 와이파이의 핵심 기술들을 고안해냈다.
3D 프린팅으로 화성에 주택을 건설하고 기계인간을 만들어내는 꿈을 가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교량 실험처럼 실생활에서 당장 필요한 것을 첨단 기술로 실용화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이 더욱 의미있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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