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네 가지 '치명적 실패'] 경영진 눈 가린 '낙관론'… "나쁜 뉴스는 듣기도 전하기도 싫어했다"

입력 2018-03-01 18:30   수정 2018-03-02 13:34

20세기 미국 제조업 아이콘의 추락…GE, 네 가지 '치명적 실패'

'할 수 없다'는 말 못하게 한 경직된 리더십

직언하기 어려운 기업문화
과도한 투자 등 '오판' 낳아
이멜트, 시총 940억달러 날려



[ 추가영 기자 ] “2017년이 제너럴일렉트릭(GE) 대규모 구조조정의 마지막 해가 될 것이다.”

제프리 이멜트가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서 열린 회사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결과적으로 CEO로서 이멜트의 ‘마지막 예언’이 됐다.

올해의 GE는 어떤가. 이멜트에 이어 취임한 존 플래너리 회장은 지난달 회사의 상징인 전구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핵심사업인 산업용 가스엔진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일시적인 ‘소음’으로 보고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이멜트의 예언이 GE의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진 그의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악재는 외면…기만적인 낙관론

이멜트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콘퍼런스에서 “주가가 회사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의 실제 재무 상황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GE는 지난해까지 37년간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 제조기업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멜트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 GE의 주가는 43% 폭락했고, 시가총액 940억달러(약 101조원)가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GE 이사회가 CEO 교체 전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플래너리 회장이 현재 GE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고 있지만, 2011년부터 이사회에 있었던 그도 이 같은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멜트와 GE의 고위 임원들이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이멜트는 나쁜 뉴스를 듣기도, 전하기도 싫어했다”고 그와 함께 일했던 임원들이 말했다.

존 인치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GE의 역사는 선별된 긍정적 정보들로 이뤄졌다”며 “그들이 말하는 것과 결과 간에 언행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MDA 리더십 컨설팅 창업자인 샌드라 데이비스는 “(몇몇 GE 임원들을 보면) GE엔 ‘할 수 없다(I can’t)’고 말할 수 없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화가 달성하기 어려운 재정적 목표를 세우거나 잘못된 시기에 과도한 투자를 감행하는 등의 경영적 오판을 낳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GE의 전설, 잭 웰치의 그늘

이멜트의 낙관주의는 성공만 과시하는 ‘성공 극장(success theater)’과 같은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인’이라고 불리는 잭 웰치 전 회장 자리를 이멜트가 승계하면서부터 드러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설을 따라가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고 말했다. 웰치 아래 GE는 두 자릿수 이익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경영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웰치는 CEO의 카리스마를 중요한 가치로 만들었다. 웰치의 품질관리프로그램인 ‘식스시그마’와 이를 변형한 이멜트의 ‘린 식스시그마’로 GE는 스스로 ‘경영학 교과서’가 됐다. GE 경영자들의 경영 이념은 이론이 돼 미국 뉴욕주 크로톤빌에 있는 GE 리더십개발센터를 통해 세계 곳곳의 경영자들에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정작 웰치의 GE가 돈을 번 곳은 식스시그마 운동을 통해 불량을 줄이기 위해 치밀하게 관리한 제조 현장이 아니었다. 금융사업(GE캐피털)에서 더 큰 수익을 올렸다. 이멜트는 2015년에야 금융서비스 사업 대부분을 매각하며 ‘웰치 모델’을 완전히 포기했다. 다모다란 교수는 “이멜트가 웰치 모델을 포기한 것만으로 칭찬받을 만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에단 버리스 텍사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비판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를 열고 나쁜 뉴스를 솔직히 말한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질 때 성공 극장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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