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음성 쇼핑인데… 'AI 스피커'에 고민 커진 유통기업들

입력 2018-03-01 18:59  

관련시장 3년 후 6배 성장 전망
아마존의 추천제품 구매율 높아
기존 마케팅 모델 위협



[ 뉴욕=김현석 기자 ]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로레알 등 세계적인 소비재 회사들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확산에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가 아마존의 알렉사 등 음성 비서를 통해 쇼핑할 때 한두 가지 상품만 추천받은 뒤 사는 경향이 커서다. 급속히 확산될 음성 쇼핑 시장에서 아마존의 추천 리스트에 들지 못하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렉사 등 음성 비서들이 수십 년 된 소비재 마케팅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음성 비서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 알렉사는 주인이 물으면 한 가지, 많아야 두 가지 상품을 추천한다.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배열해놓은 상점이나 온라인쇼핑몰과 다르다. 아마존에서 일했던 세바스천 슈페파니아 네슬레SA 전자상거래 총괄 임원은 “음성 검색 시장에서는 1위나 2위가 아니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캡제미니는 음성 비서 사용자들은 앞으로 3년 안에 쇼핑에 쓰는 돈의 18%를 음성 비서를 통해 쓸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올해 3%에 비해 6배 커지는 것이다. 또 향후 5년간 웹 검색의 절반이 음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램 피케틀리 유니레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WSJ에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술로 인한 파괴 중 가장 혼란스러운 게 음성”이라며 “음성을 통한 쇼핑 시장이 우리 디지털 관련 투자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가 지난해 시행한 테스트에서 아마존 알렉사는 브랜드를 지정하지 않고 최초 구매한 고객의 절반 이상(54%)에게 ‘아마존 초이스’ 제품을 추천했다. 이는 아마존이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선정한 제품으로, 통상 저렴하고 사용자 평점이 높으며 프라임 회원에게 무료 배송되는 상품이다.

아마존은 제품 추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머신러닝으로 고객 성향을 파악해 추천 상품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돈을 받고 특정 브랜드 제품을 음성 비서를 통해 추천하지는 않는다.

일부 회사는 음성 쇼핑 확산을 기회로 보고 있다. 루보미라 로셰 로레알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음성 비서 시장이 인터넷 시장만큼이나 커질 것으로 본다”며 “음성 시장에서 승자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와 제품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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