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수수료는 비싼데 수익률은 연 1%대" 불만
적립금 10억 이하 소기업 연간 수수료 최대 0.8%
[ 이현일 기자 ] 은행들이 퇴직연금 운용수수료율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사실상 높게 적용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직원 수 300인 이하 기업도 퇴직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은행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관리수수료로 운용 규모 10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기업은 적립금의 0.4%를 매년 받는 반면 운용 규모 1000억원 이상 기업에는 0.1%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30억원 미만이어서 대기업보다 네 배가량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수수료(회사부담금 기준) 역시 운용 규모 10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기업은 은행에 따라 0.35~0.4%인 반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0.1~0.2%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적립금이 10억원 미만인 기업에 대해선 DB, DC형 모두 최대 0.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게다가 은행들은 운용관리수수료 외에도 적립금 규모와 상관없이 자산관리수수료 0.3%를 추가로 받아 작은 기업은 최대 0.8%를 수수료로 내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는 많이 받으면서 퇴직금을 운용하는 성적은 신통치 않아 중소기업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DB형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5대 은행이 모두 연 1.5% 안팎에 머물렀다. DC형도 신한(연 2.04%) 우리(연 2.01%) 농협은행(연 2.09%)이 간신히 연 2%를 넘었을 뿐 나머지 두 은행은 연 1%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연 1%대 수익률에서 은행 수수료를 빼고 나중에 낼 연금소득세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개인이 따로 퇴직금 명목으로 적금을 드는 게 나을 정도”라며 “직원들 퇴직금이라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있지만 원금도 못 돌려받을 직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워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퇴직연금 운용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은행들은 총 74조3619억원에 달하는 연금 적립액 가운데 작년 말 기준 93.4%인 69조5075억원을 정기 예금이나 국공채 등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굳이 운용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 관련 보완 대책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여러 기관과 머리를 맞대고 퇴직연금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중금리가 높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연금 가입률이 낮은 시절에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운용 현황 기록·보관·통지, 연금제도 설계와 계리, 가입자 교육 등에 대한 대가로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어 수수료율을 더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임원은 “기업 규모를 보는 게 아니고 적립금 규모로 수수료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기업도 여러 곳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높은 수수료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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