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크리스천·톰 그리피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616쪽 / 2만원
[ 김희경 기자 ] 당신이 살 집을 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을 얻으려면 얼마나 집을 돌아봐야 할까. ‘37%의 법칙’을 적용해볼 수 있다. 집을 구하는 데 드는 시간의 37%를 그저 막연하게 돌아다니면서 대안을 살펴보는 데 쓰는 것이다. 만약 한 달을 둘러본다고 한다면 11일째까지는 살 생각 없이 무작정 탐색만 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 뒤엔 이미 본 집보다 나은 집이 눈에 띄면 그 즉시 구매해야 한다.
이 같은 ‘37%의 법칙’은 ‘최적 멈춤(optimal stopping)’이라고 하는 수학 원리에서 나온다. 일정 시간은 탐색만 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뛰어들기’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 가장 적합한 지점을 복리 계산법 등을 통해 수학적으로 산출해보면 37%의 순간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원자가 100명이든, 100만 명이든 37% 법칙을 따르면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을 수 있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는 일상의 다양한 문제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기술과학 관련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브라이언 크리스천과 UC버클리대 인지심리학 교수인 톰 그리피스다. 알고리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령들로 구성된 일련의 순서화된 절차를 의미한다. 알고리즘은 수학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요리법에 따라 빵을 만드는 것도, 본을 따라 스웨터를 뜨는 것도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이다. 저자들은 “석기 시대 이후 줄곧 알고리즘은 인류 기술의 일부였다”며 “사람들이 매일 마주치는 도전 과제들의 더 나은 해결책을 알고리즘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은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 한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지시를 받는 게 좋기 때문이다. 이때 ‘최단 처리 시간(shortest processing time)’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자신이 발주자라고 치자. 발주에 4일 걸리는 과제와 하루 걸리는 과제가 있다. 월요일부터 고민을 시작해 큰 과제를 목요일 오후(4일이 지난)에 전달하고, 다음 날인 금요일 오후에 작은 과제를 전달한다면 어떨까. 이 과제를 맡아 작업을 수행할 사람은 5일을 기다린 게 아니라 9일(큰 과제 4일+작은 과제 5일)을 기다린 셈이다. 반대로 월요일 오후에 간단한 작은 과제를 전달하고 그 사이에 큰 과제에 대한 고민을 한 뒤 금요일 오후에 큰 과제를 전달하면 과제를 처리할 사람은 1+5, 즉 6일만 기다린 셈이 된다. 언제나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과제를 먼저 전달해야 한다. 저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일상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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