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미생물 구조에 따라 사람 비만 정도 달라져
부작용 적은 항암제 개발
[ 임락근 기자 ]
‘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것 같은데 저 사람은 많이 먹는데도 왜 살이 안 찔까.’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넋두리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사진)는 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는 키워드로 풀이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의 몸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 정보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비만, 우울증, 아토피, 암 등 인체의 여러 대사 및 면역질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사람마다 배 속 미생물들의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살이 찌는 정도 역시 다르다는 게 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 유익균을 비만한 사람에게 이식했더니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는 임상연구 결과는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할 수 있으면 미용뿐만 아니라 건강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배 대표가 대학 동기인 박한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손잡고 2015년 설립한 지놈앤컴퍼니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한데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아 도전해 볼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비만, 알코올성 간경변, 당뇨병성 신증 등을 타깃으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비만을 타깃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후보물질은 올해 상반기에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여드름, 아토피 등을 개선할 수 있는 화장품도 개발 중이다.
지놈앤컴퍼니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항암제다. 미생물이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암의 치료율이 올라간 것은 기존 항암제에 비해 몸에 덜 해로운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부작용이 줄어 항암 치료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며 “사람 몸에 있던 미생물은 위해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항암 치료법과 병용할 수 있는 길이 더 많다”고 했다.
시장에서도 지놈앤컴퍼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태껏 60억원가량을 투자받은 데 더해 지난달 26일 한국투자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마크로젠 등으로부터 총 110억원을 투자받기로 결정됐다. 배 대표는 “2020년까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게 목표”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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