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만행 '공론화' 어려운 구조
교수가 '생사여탈권' 쥐고 있어
성적이 미래 직결… 폭로 '머뭇'
평판 실추 우려… 대학도 '쉬쉬'
학내 성폭력 구제기구 '무용지물'
"지성의 전당 이래선 안돼" 목소리
[ 박진우 기자 ] 문화판의 위선과 반문화적 민낯을 드러낸 ‘미투 바람’이 대학가를 덮치고 있다. 지성의 전당에서 벌어진 반지성적 사건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에선 지난 2일 남자 교수진 전원이 직위해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남자 교수가 모두 미투 성추문에 연루된 것이다. 문화예술과 관련되지 않은 일반 학과에서도 교수라는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이 드러나며 대학을 반지성의 전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캠퍼스에도 낯뜨거운 ‘안마방’
‘권력에 눌려 안마해야 한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우리는 애인, 노예쯤으로 취급당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학과장인 박중현 교수를 둘러싼 낯뜨거운 ‘안마 스토리’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캠퍼스 내 영상편집실에 자신만의 ‘안마방’을 마련하고 여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들여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폭로다. ‘연극판의 제왕’이던 이윤택 씨 못지않은 안마방 스토리다.
대학가 미투의 진원지는 예체능 관련 학과들이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서는 ‘세종대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큰 권력을 행사한 김태훈 교수가 폭로에 휩싸였다. 그에게 1990년대 말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 작성자는 “이후에도 계속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를 다니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함구했다”고 밝혔다.
문화 관련 학과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충남대 단국대 등에서는 학교 내에서 교수로부터 당한 성추행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한양대 일반대학원에 다닌다고 밝힌 강모씨는 “지도교수와 친분이 깊은 강사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열렬한 관계가 되자’는 등 불쾌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은 교수와 학생의 ‘갑을 관계’가 더 공고해 만행을 공론화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악용됐다.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수는 논문 통과부터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장학금 추천, 학위 취득 후 진로까지 학생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성폭력이 발생해도 공론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비위가 학내에서 불거지더라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교수들의 판단이 추행을 계속 부르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특유의 폐쇄성에 ‘반지성의 전당’ 전락
연극·영화 등 문화예술 관련 학과나 대학원 사회에선 교수들이 일명 ‘생살여탈권’을 갖는다. 교수나 선배들이 가해자지만 이들의 주관에 따라 매겨지는 성적이 피해자의 미래와 직결된다. 결국 활동을 지속하려면 그 교수들의 추천이 필요한 폐쇄적인 구조다. 미투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일부 교수들은 스승이 아니라 괴물”이라면서도 “선후배나 동기가 동조하지 않아 오히려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대학사회 특유의 폐쇄성과 평판 실추를 우려한 학교 차원의 소극적인 대응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달 27일 남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제주대 사범대 교수 사건의 경우 학생들은 경찰보다 학교 내 인권센터를 먼저 찾아갔다. 하지만 인권센터는 수사권과 강제성이 없어 조치가 어렵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해당 교수는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나서야 총장 직권으로 수업에서 배제됐다.
미투 운동을 도제식 교육에서 비롯된 학내 권위적 관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정욱 한국대학원생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기관을 꾸리는 게 우선이고, 지도교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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