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인수한 '양자통신 1위' 스위스 IDQ 가보니

입력 2018-03-04 18:43   수정 2018-03-05 06:51

"다국적 연구 군단 협업… 양자통신 2020년 상용화"

슈퍼컴퓨터도 뚫을 수 없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



[ 유하늘 기자 ]
지난 1일 스위스 제네바 시내에 있는 낡은 아파트형 공장 2층. 이곳에는 SK텔레콤이 지난달 26일 인수를 발표한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가 자리잡고 있었다. 품질 검사실로 들어가자 전자기판 수십여 개가 올려진 긴 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 반절 크기의 이 기판들은 암호키를 제작하기 위해 불규칙한 패턴의 난수를 생성하는 양자난수생성기(QRNG)다. 양자암호기술 핵심 부품으로 개당 가격은 1500달러(약 162만원)에 이른다.

기술 개발을 맡은 연구실에는 방마다 4~5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스위스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튀니지인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군단’이었다. IDQ 직원은 “양자암호 분야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그러다 보니 국적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매출과 보유 특허 수(약 50개) 등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암호키를 제작하는 양자암호키분배(QKD) 기술을 2020년까지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IDQ의 경쟁력은 스위스의 끈끈한 산학협력 제도를 바탕으로 다져졌다. 니콜라 지생 제네바대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제네바대가 개발한 기술을 IDQ가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IDQ도 연구개발 요청을 제네바대에 먼저 하도록 명문화해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암호통신기술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IDQ를 공동 창업했다.

SK텔레콤의 IDQ 인수는 국내에서 내년 상반기 상용화 예정인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보안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SK텔레콤의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자암호통신은 난수를 이용해 정보를 암호화한 뒤 빛 알갱이(광자)에 실어 보내는 기술이다.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양자컴퓨터가 나와도 뚫을 수 없어 미래 보안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연 간담회에서 “5G는 자율주행차나 의료, 제조업 등 안전에 민감한 분야에도 쓰일 것이기 때문에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네바=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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