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속도 내는 중국 '반도체 굴기'… 낸드는 올해 말, D램은 내년 양산 돌입

입력 2018-03-04 19:09   수정 2018-03-05 06:55

한경 입수 중국 반도체 3사 사업현황 자료 살펴보니…

3년 만에 '대만의 20년' 맞먹어
170조원 이상 자금 쏟아부어
가장 앞서가는 창장메모리사
삼성전자와는 4~5년 기술격차

"10년 만에 일본 추월 삼성처럼…"
기술격차 커도 무시 못할 속도전

"양산 들어가도 물량 적고 저사양
현재론 중국 위협론 과장" 반론도



[ 노경목 기자 ]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지난달 “반도체 슈퍼 호황은 올해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업체들이 올 연말부터 메모리반도체를 본격 양산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2015년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만들어 1조위안(약 170조원) 이상을 반도체산업에 쏟아부은 중국은 최근 315억달러(약 34조원)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움직임은 반도체시장은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과 주가에도 영향을 주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대만 반도체 컨설팅업체 A사로부터 올 연말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고 알려진 창장메모리, 푸젠진화, 허페이창신 등 중국 주요 반도체 업체의 사업 현황 자료를 입수했다. 2016년 앞다퉈 설립된 이들 업체의 구체적인 정보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품화 가장 빠른 창장메모리

창장메모리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예정이며, 푸젠진화와 허페이창신은 D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업체 중 가장 앞선 곳은 창장메모리다. 중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국영 반도체그룹 칭화유니가 중국 국가반도체펀드와 공동으로 출자해 기술력과 자금 수준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장 설립 당시 투자 규모는 24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했다. D램에 비해 낸드의 기술 난도가 낮다는 것도 다른 두 업체에 비해 유리하다. 목표한 대로 올 연말 반도체 양산이 가능한 유일한 업체다.

양산하는 반도체는 32단 3차원(3D) 낸드다. 생산 규모는 300㎜ 웨이퍼를 기준으로 연말 월 1만 장 안팎, 내년 월 10만 장이 목표다. 최근 수율이 7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져 연내 상업생산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난야를 중심으로 대만 출신 기술인력 150~200명이 일하고 있으며 한국 연구개발 인력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3D 낸드는 단수를 많이 쌓을수록 집적도가 올라가고 기술 수준도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작년 초부터 64단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창장메모리도 올해 말 64단 3D 낸드를 시험 양산한다는 목표 아래 개발하고 있다. 칩 구조도 낸드 하나에 2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MLC(멀티레벨 셀)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3비트를 저장하는 TLC(트리플레벨 셀)를 채택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4비트를 저장하는 QLC(쿼드레벨 셀) 구조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충분한 집적도를 갖추지 못해 창장메모리의 3D 낸드는 수익성이 높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보다는 메모리 카드와 USB에 먼저 들어갈 전망이다. 애플 아이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내년까지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D램 양산은 내년에나

D램은 올해 제품 양산이 힘들 전망이다. 허페이창신은 이번달, 푸젠진화는 오는 9월 시제품을 생산한 뒤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라인을 시범 가동하고 있지만 생산하는 칩이 웨이퍼당 1~2개에 불과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A사 관계자는 “품질과 수율 문제로 생산한 D램의 가치가 웨이퍼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허페이창신은 20㎚(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D램은 웨이퍼당 900개 안팎으로 한국의 25㎚ 공정과 같다. 허페이창신의 주장과 달리 25㎚ 공정으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다. 푸젠진화도 25㎚ 공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기술 수준은 32㎚다. 삼성전자는 17㎚, SK하이닉스가 18㎚까지 이룩한 한국 업체들의 미세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허페이창신은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가 합작해 설립한 D램 제조업체 이노테라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250여 명의 이노테라 소속 대만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한국 기술인력도 20명가량 합류했다. 푸젠진화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UMC와 공동으로 D램 생산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UMC 역시 D램 생산 전문성은 없어 한국 등 다른 나라 기술자를 적극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위협론’의 한계는

A사는 창장메모리가 예정대로 양산한다는 전제 아래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4~5년 정도 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허페이창신은 6~8년, 푸젠진화는 8~10년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는 업체에 따라 1~2년 좁혀진다. 허페이창신과 푸젠진화의 D램 양산 시점이 창장메모리의 낸드보다 1년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낸드는 5년, D램은 10년 정도 한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반도체산업의 가장 큰 한계로 A사는 개발 및 기술인력 상당수가 대만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1990년대 렉스칩, 프로모스, 파워칩 등 다양한 업체가 메모리반도체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도산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난야와 이노테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하지 않는 저사양 D램을 주로 생산한다. 자체 기술개발 역량이 부족해 앞으로도 기술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를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로 결심한 지 3년 반 만에 이뤘다는 점에서 무시하기만은 힘들다. 중국 정부는 2014년 6월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강령’을 발표하고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었다. 2016년부터 건설에 들어간 반도체 기업들이 20년간 반도체를 생산해온 대만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1983년 처음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일본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올리려면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지만 1994년 삼성전자는 D램 기술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A사는 “20년 전과 비교해 높아진 기술 장벽과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반도체 견제 등을 감안하면 과거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혀오기는 쉽지 않다”며 “올 연말 창장메모리가 양산에 들어가도 시장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물량의 저사양 낸드를 내놓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A사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중국 반도체 위협론’은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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