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죽지 않는다"
스물세 살 어린 토머스와 연장 접전 끝에 승리
4년8개월 만에 우승컵
[ 최진석 기자 ]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총상금 1000만달러) 최종 4라운드가 열린 5일 멕시코시티 차풀테펙GC(파71·7345야드). 연장 첫 번째 홀인 17번홀(파3)에서 필 미컬슨(미국)의 티샷이 그린에 안착했다. 미컬슨을 응원한 갤러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앞서 티샷을 한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공은 그린을 넘어갔다. 미컬슨은 아깝게 버디 퍼팅을 놓친 뒤 파를 잡았지만 토머스는 파 퍼팅을 놓쳤다. 미컬슨이 4년8개월 만에 우승컵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이날 승부는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안갯속이었다. 3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친 토머스가 이날도 기세를 이어갔다. 그는 4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마쳤다. 특히 그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이글샷을 잡으며 갤러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먼저 경기를 마친 토머스를 미컬슨이 차근차근 추격했다. 선두에 2타 뒤진 미컬슨은 15번,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성공시켰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두 선수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미컬슨은 2013년 7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우승 이후 우승 갈증에 시달렸다. 이 기간 준우승만 여섯 차례 했다. 미컬슨은 오랜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통산 43승째를 달성했다. 1970년 6월생인 미컬슨은 올해 48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정상에 다시 오르기는 쉽지 않은 나이다. 그는 2016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치열한 명승부 끝에 아쉽게 준우승했다.
그 이후 사그라질 것 같았던 샷 감각은 작년 말부터 다시 타올랐다. 그는 지난해 10월 세이프웨이오픈에서 공동 3위를 했고, 지난달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선 공동 2위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 맞붙은 토머스는 올해 25세로 미컬슨보다 스물세 살 어리다. 토머스는 지난 시즌 PGA투어 최강자로 거듭났다. 이에 맞선 미컬슨은 노련함으로 17번홀을 공략했고 102번째 대회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미컬슨은 우승 직후 “지난 4년간 내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해 힘들었다”며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과 가족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내가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기 시작한 만큼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컬슨의 말대로 최근 그의 경기력은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할 정도다. 그는 지난달 피닉스오픈을 시작으로 최근 4개 대회에서 5위, 2위, 6위, 1위를 기록했다. 미컬슨이 4개 대회 연속 10위 안에 든 것은 2005년 이후 13년 만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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