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진/양병훈 기자 ] 연극연출가 이윤택씨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경찰이 이씨에게 ‘상습죄’를 적용해 2013년 6월 친고죄 폐지 이전의 가해행위도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은 이날 이씨에 대해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 해도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다른 법률을 적용할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010년 4월 상습죄 조항이 신설됐다”며 “피해자가 많거나 한 사람이 여러 차례 피해를 겪었다면 상습 범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습죄가 적용되면 2010~2013년 사이의 범죄도 처벌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친고죄 폐지 시점은 ‘미투’ 운동으로 의혹이 제기된 성범죄를 처벌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씨의 경우도 가해 행위 대부분이 2013년 친고죄 폐지 이전에 일어나 법적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왔다.
다만 입법 미비로 상습죄를 적용하더라도 위력에 의한 추행·강간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이 변수다. 일반 추행·강간은 형법에 따르지만 위력에 의한 것은 성폭력특례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2010년 4월 상습죄를 신설할 당시 이를 형법에만 포함시켰기 때문에 위력에 의한 범죄는 상습죄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대부분 범죄는 위력에 의한 것인 만큼 법적 해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홍선주 씨는 “고백후 가족과 극단 신상까지 노출되면서 가슴 아픈 시간을 견뎌야 했다”며 “왜 이제 말하느냐 묻지 말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해달라”고 했다.
공동변호인단 소속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법무법인 나우리 대표변호사)는 “당초 17명의 피해자가 고소하려 했으나 고소장 접수 단계에서 만류와 협박이 있어 1명은 고소를 포기했다”며 “앞으로는 고소하지 말라는 사람이 있으면 ‘2차 가해’로 보고 협박이나 강요 등으로 법적 조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현진/양병훈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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