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공군2호기로 평양행
이선권 조평통위원장이 영접
순안공항 귀빈실서 10분간 환담
특사단 "비핵화는 김일성 유훈
핵포기 땐 체제 보장" 설득한 듯
기자단 동행하지 않고
일정도 북한 현지에서 조율
정부, 면담결과 즉시 공개 안해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은 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여 만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했다. 북한은 우리 대표단에 평양 대동강변 고급 휴양시설을 숙소로 제공하는 등 환대했다. 대표단의 수석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반응과 회담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北 고위급 대남라인 총출동
특사단은 이날 오후 1시50분께 서울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공군 2호기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쓰이는 공군 1호기와 달리 항속 거리가 짧아 국내 이동용으로 이용된다. 공군 2호기 운항은 사전에 미국과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대북 제재에는 저촉되지 않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서해 직항로를 거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50분. 이현 북한 통일전선부 실장이 기내까지 들어와 대표단을 맞았다. 공항에서는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단은 순안공항 귀빈실에서 10분간 환담한 뒤 오후 3시40분께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했다.
고방산 초대소에서 대표단을 맞이한 사람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영접 인사 면면이나 경호, 숙소 준비 상황 등으로 볼 때 북측이 남측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특사단은 전해왔다”고 말했다.
특사단, 김정은에 친서 전달
대북 특사단과 김정은의 만찬 회동은 이날 당일 결정됐다. 대표단은 김영철과 15분간 환담하면서 방북 일정을 논의했고, 김정은과의 접견 및 만찬 회동을 오후 6시부터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대북 특사단이 방북한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의 만찬 참석과 관련, “가능성은 있지만 예단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정은이 특사단의 방북 첫날 저녁식사를 직접 대접할 뜻을 밝히자 청와대는 반색했다. 김정은이 남북 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정의용 수석특사는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정 실장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사전에 밝힌 것을 볼 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구상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면 체제를 보장하겠다”며 김정은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깜깜이 방북’ 비판도
하지만 김정은과의 면담 결과는 이날 밤 늦게까지 국내에 전해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6시 특사단과 김정은의 만찬 성사 관련 브리핑을 한 차례 했을 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사단의 연락이 없다”며 “문 대통령도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특사단이 김정은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반응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당초 김정은이 북·미 대화를 위해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일시 중단) 등 미국에 ‘성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정은이 특사단에 핵 보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직접 밝히면서 난감한 상황이 빚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특사단이 김정은의 뜻을 즉각 전달하기보다 6일 오후 귀환 전까지 북한을 ‘설득’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특사단이 ‘빈손 회군’하면 문 대통령의 ‘중매 외교’는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밀실 방북’ ‘깜깜이 방북’이란 비판이 나왔다. 사전에 일정이 공유되지 않았고 기자단도 동행하지 않았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기자단이 온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대북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것은 약 3시간 지난 5시42분께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특사단은 6일 오후 귀환해 문 대통령에게 귀국 보고를 한 뒤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중국 일본과도 긴밀히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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