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긍정 속 신중' vs 日 '당혹·충격' vs 中 '환영'…남북정상회담 4강 셈법

입력 2018-03-07 12:14   수정 2018-03-07 12:56

대북특사단 김정은과 만찬회동…美中 ‘환영’ 日‘글쎄’
트럼프 “수년 만에 진지한 노력”… 특사단 방북에 조심스런 긍정 평가
러시아 공식 발표 안해 "대화 중재자 역할 할 것"


남북한이 3차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북·미대화 가능성까지 커지자 미국, 중국, 러시아 언론들은 한반도 정세가 대화 정국으로 전환된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본 매체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회담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 워싱턴 방문을 시작으로 4강을 직접 방문해 방북 성과를 설명한다.

관계자들은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폼페오 중앙정보국장 등과 접촉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곧이어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일본을 찾는다.

정 실장은 앞서 6일 청와대에서 결과브리핑을 갖고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내달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된다는 걸 이해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별도의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을 일축했다.

정 실장은 이어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면서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전했다.

이런 언급은 북한이 남북 또는 북미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 주목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북-미 대화를 중재하기 위한 ‘기대 이상의 조건’을 건네받은 대북 특사단이 4강에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은 사실상 남북이 손을 맞잡고 6자회담국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소 파격적인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비핵화 용의표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스트롱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 미국 긍정평가 속 ‘신중모드’ - 트럼프 "가능성 있는 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고 북한이 '비핵화' 대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헛된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어느 방향이 됐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발표하자 '김정은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특사를 맞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블룸버그 기사를 리트윗(재전송)하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남북회담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주요 정보기관 수장들도 이날 상원 청문회 참석해 과거 북미간 협상사례 언급하며 "북 비핵화 희망 안버렸다. 평가작업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국장은 "지금은 낙관할 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증거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어떻게 될지 볼 것"이라고 언급했고 댄 코츠 DNI국장도 "아직은 회의적이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북미대화의 돌파구가 극적으로 마련돼 지난 몇 달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맞물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말의 전쟁'으로 위기가 고조됐던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 일본 '당혹 속 관망' - 아베 "각 국과 연대해 상황 지켜볼 것"


일본은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북한의 비핵화 용의 표시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NHK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이 시작된 후 거의 실시간속보 자막을 통해 "남북이 오는 4월말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의 신속한 언론보도에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일본 정부의 모습의 반영됐다. 갑작스러운 비핵화 용의에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베 총리는 "당분간 압력 높이면서 각국과 연대해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확약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낙관은 금물, 흥정은 이제부터다"라면서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말을 한국의 특사에게 처음 사용하는 등 대폭 양보자세를 보였지만 한반도 긴장 완화에 한 걸음 전진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다"라고 경계했다.

이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의 해소는 궁극적으로 주한 미군의 철수를 가리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언급한 비핵화는 높은 대가가 따를 것"이라면서 "북미 공방의 제 2막은 일본의 안전 보장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북한의 비핵화 주장, 그 배신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핵 · 미사일 개발은 그동안 ‘배신의 역사’를 반복했다"면서 "한미일 등 관련국은 북한의 ‘개발 동결’ 대가로 몇번이나 식량지원과 경제제재 해제를 실시했지만 북한은 북한은 물밑에서 개발을 계속해왔다. 일본과 미국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을 강하게 북한에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1994년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를 제공받는 ‘핵 합의’를 미국과 체결했다. 북한은 중유와 식량 제공도 받았지만 비밀리에 플루토늄 추출과 우라늄 농축 등을 진행했고 제네바 합의는 파기됐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등을 통해 특사단과 관련된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환영속 '차이나패싱' 우려 -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 환영…비핵화 추진 지지"

중국 당국은 6일 저녁 청와대가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같은 날 자정 무렵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긍정적인 방북 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관계국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함께 노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화(新華)통신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남북 간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신속히 보도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논평기사를 통해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남북의 전향적인 노력을 환영한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북핵 문제 해결의 일차 당사자인 북미 간 직접 대화가 성사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한국의 특사단을 접견해 자신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을 전달받았으며 만족스러운 공통 인식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차이나패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겅 대변인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계속해서 마땅한 역할을 하길 원한다"며 덧붙인 것도 이러한 시선을 반영했다.

과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는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외교적 주도권을 쥐었지만, 한반도 주변의 정치·외교·안보 환경 변화로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북 특사를 내치면서도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을 만나 '통 큰' 합의를 함으로써 북핵문제의 '중재자'로서 중국의 자리는 이전같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러시아 "북 비핵화 지지… 대화 중재자 역할할 것"

러시아 정부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의회 고위 인사가 이 같은 대화 움직임을 높이 평가했을 뿐이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남북회담과 관련해 "러시아는 미국과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지지하며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장 완화를 위해선 모든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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