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우 기자 ]
‘붙여야 산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 2위인 더스틴 존슨(미국)과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공통점은 장타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장타 말고도 이들이 필드를 지배하는 또 다른 기술이 ‘스크램블(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지키는 능력)’이다. 존슨은 10야드 이내에서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1위이고, 토머스는 10~20야드 구역에서 83.67%로 1위다. 어떤 식으로든 홀컵에 공을 붙여 타수를 잃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직 완전히 땅이 녹지 않은 봄 골프는 그린을 공이 외면하기 십상이어서 그린 주변 플레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그린 주변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투어 프로들의 비기(秘技) 5가지를 모았다.
1 퍼팅처럼 어프로치 하라 - 안소현
그린 근처 10~20야드 안팎의 어프로치는 아마추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시나리오다. 터무니없이 짧거나 길거나 둘 중 하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해볼 만한 기술이 퍼팅 어프로치, 일명 ‘만능 어프로치’다. 그립을 퍼팅 그립으로 잡는 게 특징이다. 퍼팅하듯 팔뚝과 웨지 샤프트가 이루는 각을 최대한 ‘0도’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팔을 웨지와 일체화하는 준비 자세다. 이렇게 하면 시계추 스트로크가 쉬워진다. 이어 클럽헤드의 힐(hill) 쪽을 살짝 들어주면 준비가 끝난다. 리딩 에지 부분이 울퉁불퉁한 잔디 요철과 접촉하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뒤땅이나 토핑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 안소현 프로는 “어깨와 몸통의 큰 회전을 이용해야 하며 손목 사용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2 공과 잔디사이를 노려라 - 주흥철
일반적으로 아이언샷이나 웨지샷은 공부터 맞히는 다운블로 샷이 많다. 스핀을 많이 먹은 공이 딱딱한 그린을 많이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린 주변 어프로치는 스핀이 없는 게 훨씬 좋다. 무작위로 나타나는 스핀양에 따라 거리가 들쭉날쭉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바운스로 칩샷이나 짧은 어프로치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이 굴러가는 거리와 속도가 한결 일정해진다. 올 시즌 국내 투어와 아시안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주흥철 프로는 “공을 먼저 가격하는 것보다 공과 잔디 사이에 리딩 에지(날)를 밀어넣듯 샷을 하면 쉬워진다”며 “코킹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구력이 조금 더 쌓인 골퍼라면 페이스 그루부(요철)가 적은 토(toe) 부분으로 어프로치를 하면 스핀이 덜 먹히고 잘 굴러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3 왼쪽으로'확실히'기울여라 - 김해림
아마추어들은 어프로치를 하다가 몸이 뒤로 쏠리는 ‘역피봇’ 현상이 나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체중의 중심이 오른발 다리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어프로치샷을 한 탓이다. 몸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다. 샷의 정확도가 좋을 리 없다. 김해림 프로는 아예 백스윙할 때 몸을 타깃 쪽으로 기울인다. “체중이 거의 왼발에 80% 이상 실리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스윙할 때 클럽이 오른쪽으로 쏠리며 체중이 이동하는 현상을, 반대쪽인 왼다리로 일부 분산해 좌우 균형을 잡으려는 동작이다. 김 프로뿐만 아니라 대다수 프로에게서 보는 공통된 동작이다. 임진한 프로는 “왼다리로만 서서 그린 어프로치 칩샷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체중을 왼쪽에 잘 실어야 뒤땅이나 토핑 등의 실수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4 벙커에선 헤드퍼스트 - 이선화
벙커샷은 골퍼의 구력과 노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얼마나 부드러운가, 피니시가 있느냐 두 가지만 봐도 싱글인지 여부가 보인다(조도현 프로)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대개 벙커샷은 운수에 맡기는 게 아마추어들이다. 한·미 양대 투어 챔피언인 이선화 프로는 “쉬운 길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헤드(head) 퍼스트’ 셋업이다. 벙커샷 성공률이 높은 자세다. 그는 “처음부터 그립을 잡은 손뭉치가 공보다 살짝 뒤에 위치하도록 준비 자세를 만들어야 클럽헤드가 모래를 너무 많이 파고들어가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걸 막아준다”고 조언했다. 헤드의 무게를 느끼기도 쉽다. 핸드 퍼스트가 되면 힘으로 벙커샷을 하는 것이어서 거리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5 하이브리드 의외로 쉽네 - 김시우
의외로 쉽지만 안 해봐서 어렵게 느껴지는 게 하이브리드 어프로치다. 김시우가 지난해 ‘제5의 메이저’인 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8번홀에서 시도한 게 바로 이 하이브리드 어프로치였다. 그는 “연습을 여러 번 했던 거라 긴장하진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공이 있는 곳과 그린에지 사이에 잔디가 짧게 깎여져 있는 경우나, 그린러프와 에지의 거리가 짧은 경우 유용한 게 이 방식이다. 아이언이나 웨지로는 정확하게 공을 걷어내기가 껄끄럽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언 어프로치나 퍼팅 어프로치와 다른 것은 깜짝 놀랄 만큼 거리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드라이버처럼 페이스에 탄성이 있는 데다 샤프트에도 탄성이 있어서다. 연습장에서 10여 차례 해보면 거리감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이후엔 오히려 아이언보다 편하게 느껴진다는 게 프로들의 말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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