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 합작으로 진행
거장 아힘 프라이어 연출
총공연 17시간 제작비 120억
'라인의 황금' 11월 첫 무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세계적 성악가 총출동
안드레아스 샤거·아놀드 베츠옌
연광철·사무엘 윤·김동섭 출연
한국 50명·유럽 30명 오케스트라
오스트리아 바이커트가 지휘
[ 김희경 기자 ]
총 4부에 걸쳐 주요 인물만 35명 넘게 나온다. 공연 시간은 모두 17시간, 나흘 동안 무대에 올려야 한다. 역사상 가장 길고 규모가 큰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다. 이 작품은 ‘근대 오페라의 거장’ 리하르트 바그너가 28년이란 오랜 시간을 쏟아부어 만들었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그린 대서사시에 대규모 관현악 편성까지 어우러진다. 그러다 보니 4부작을 전부 무대에 올리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 작품을 펼쳐 보인 뛰어난 연출가도 별로 없다.
대작 ‘니벨룽의 반지’가 오는 11월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한국에서 공연된다. 독일의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84)가 맡아 작품당 30억원, 총 12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이는 초대형 공연이다. 프라이어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그너가 이 작품을 만들 때나 지금이나 권력을 향한 욕심·폭력·전쟁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분단 한국에 의미 있는 메시지 될 것”
이 공연은 한국과 독일 수교 135주년을 기념해 합작으로 마련된다. 한국에선 ‘월드아트오페라단’이, 독일에선 본 지역의 ‘본 극장’이 제작에 참여한다. 한국에서 4부작이 모두 무대에 오르는 것은 13년 만이다. 2005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극장 단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였다. 한국 오페라단이 참여한 이 작품 공연은 국내 최초인 셈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된 1부 ‘라인의 황금’은 오는 11월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발퀴레’는 내년 4월, ‘지크프리트’는 내년 12월, ‘신들의 황혼’은 2020년 5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질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어는 1970~1990년대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손꼽힌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연극 등 총 150여 편을 제작했다. 예술의 자유를 위해 동독에서 서독으로 망명한 이후 20세기 대표적 독일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가르침을 받았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7년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위촉으로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했으며, 2011년엔 국립창극단과 ‘수궁가’를 선보였다.
그는 여전히 오페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연출을 맡았던 지난 50년을 되돌아봤을 때 예술가가 작품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면 발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은 예술가보다 반걸음 정도 과거에 있기 때문이죠. 작품의 가치를 뒤늦게 평가받더라도 예술가는 현재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출에 임할 겁니다.”
이 작품은 한국의 분단 상황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그는 “형제간의 싸움, 권력을 놓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 벌이는 싸움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과 맞는 주제들”이라며 “예술적 표현을 통해 현실을 비춘다면 분단을 겪은 독일, 여전히 분단된 한국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유럽 연합 오케스트라 구성도
출연진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성악가로 구성했다. ‘라인의 황금’의 보탄 역은 베이스바리톤 김동섭, 로게 역은 아놀드 베츠옌, 프라이아 역은 월드아트오페라단장이자 소프라노인 에스더 리, 파졸트 역은 베이스바리톤 전승현이 맡는다.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에는 안드레아스 샤거, 연광철, 사무엘 윤 등이 출연한다. 전승현은 “한국에서 이 작품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기회가 생긴 것 자체가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에스더 리(52)는 프라이어의 부인이기도 하다.
탄탄한 관현악에 무게를 두는 ‘악극’인 만큼 오케스트라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랄프 바이커트가 지휘를 맡으며 한국 연주자 50명과 독일을 포함한 유럽 연주자 30명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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