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면접부터 승진까지
조직내 성차별 문화 여전
[ 신연수 기자 ] “거래처 미팅을 나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거래처 상사가 자꾸 좀, 그런, 신체 접촉을 하는 겁니다(…)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조남주 씨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인 ‘82년생 김지영’이 입사 면접장에서 들은 질문이다. 이 질문은 10년 뒤 ‘92년생 김지영’들에게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한 중견기업 면접을 본 최모씨(27)는 사장으로부터 ‘미투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냐’ ‘비슷한 일을 겪으면 동참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최씨는 “합격을 위해 ‘조직에 해가 되지 않도록 처리하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며 “성차별적인 조직문화가 여전한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유엔이 이 날을 지정한 지 44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성차별적 문화는 여전하다. 20대 여성들이 겪는 고초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차별은 채용 단계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이 채용에 유리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74.2%로 여성(25.8%)의 세 배 수준이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여성을 뽑지 않기 위해 인위적으로 면접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민간기업에 취업 가능한 여성 나이 상한선이 25~26세라는 인식이 공공연하다.
입사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는 경우도 많다.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아봤다고 응답한 여성 구직자 비율은 50.8%로 과반에 달했다. 공대 졸업 후 건설사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씨(25)는 “남자친구 있냐, 결혼 계획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뒤로는 면접장에 커플링을 빼고 간다”고 말했다.
이렇듯 어렵게 면접을 통과해 취업에 성공해도 근속은 만만치 않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자 선배들이 대부분이라 10년, 20년 뒤 조직에서 본인의 위치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젊은 여직원의 고충이다.
이가희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많이 뽑질 않으니 사내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강화되고, 그것이 곧 성차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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