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에 달하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세계 1위 치료제인 뉴라스타의 단점을 극복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은 최근 2017년 실적 발표를 통해 롤론티스의 판매 허가를 올 4분기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약효지속성 기술이 적용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 2012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됐다. 양사는 임상 2상부터 공동 개발 중이다.
스펙트럼은 지난달 롤론티스의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롤론티스가 암젠의 뉴라스타와 비교해 약효가 열등하지 않다는 결과를 내놔 시판 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또 롤론티스는 약효가 3주간 지속되기 때문에 1주간 효과를 보이는 뉴라스타 대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 화학요법의 부작용이다.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혈액에서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증상으로,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게 된다.
뉴라스타는 호중구 생성을 촉진하는 인자인 G-CSF를 투여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65억달러(약 6조9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초대형 의약품이지만 아직까지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없어 롤론티스가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세계 시장 규모는 77억달러(8조2300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5.6%씩 성장해 2025년에는 126억달러(13조4500억원)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넥신도 터키 제약사 일코와 설립한 합작사 일코젠을 통해 'GX-G3'의 유럽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GX-G3은 1주 이상의 약효 지속과 함께 뉴라스타 대비 높은 안전성 및 생산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롤론티스와 GX-G3는 뉴라스타를 개선한 바이오베터(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녹용에서 유래한 물질인 'EC-18'로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 중이다. 호중구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과다 이동을 막는다. 작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G-CSF를 쓸 수 없는 방사선 치료 환자 및 혈액암 환자, G-CSF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 환자 등에도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FDA의 혁신신약 지정을 추진해 임상 2상 이후 임상 3상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의 2020년 시판을 기대하고 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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