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격인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는 군인의 결혼을 금지했다. 하지만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진 군인의 사연을 안타까워한 발렌티노 신부는 남들 몰래 두 사람의 결혼을 주례했고, 이 사실이 발각돼 270년 2월14일 사형을 당한다. 이후 이를 기리기 위해 밸런타인데이가 생긴 것이다. 밸런타인데이는 부모나 자녀 간 감사 카드를 주고받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 오늘날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초콜릿을 주고받는 형태로 발전한 것은 1900년대 중반 일본 제과업체들의 광고 캠페인 이후부터다.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을 최초로 유도한 광고는 1936년 일본 고베 지역의 제과업체가 냈다. 이후 1960년 일본 모리나가제과가 여성도 남성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를 담아 밸런타인데이를 광고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활성화되면서 오늘날의 밸런타인데이로 이어지게 됐다.
화이트데이도 비슷한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밸런타인데이로 큰 성과를 본 일본 제과업체들은 유사한 기념일을 조성해 비인기 품목이던 ‘마시멜로’의 판매량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받은 남성이 한 달 뒤인 3월14일 마시멜로데이에 보답하도록 유도하는 광고를 했다. 하지만 마시멜로 판매량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결국 3월14일은 마시멜로의 흰색을 뜻하는 화이트데이로 변경되고, 사탕을 주고받는 형태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이처럼 각종 ‘OO데이’는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 아래 기획됐다. 우리나라에선 크게 성공한 사례로 빼빼로데이가 있다.
상업적인 목적 아래 기획된 기념일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면 나름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기념일을 통해 돈벌이만 추구하는 기업들의 각종 바가지요금과 편법 부당 판매는 근절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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