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뒤를 이어… 배동현 선수단장의 통 큰 기부

입력 2018-03-08 17:50  

2007년 중국 창춘 동계AG
배창환 선수단장의 아들

사비 털어 단체 금메달 3억원
개인 1억원 포상금 약속



[ 이관우 기자 ] “대한민국의 뜨거움을 보여주세요.”

지난 6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선수단 입촌식이 열린 강원 평창선수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배동현 선수단장(35)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입에선 “조심스럽지만 포상금을 준비했다”는 깜짝 발표가 흘러나왔다. 단체전(금메달 3억원, 은메달 2억원, 동메달 1억원)과 개인전(금메달 1억원, 은메달 5000만원, 동메달 3000만원) 모두 메달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내용을 전혀 몰랐던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그는 “단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고민 끝에 선수들의 사기를 올릴 방법으로 포상금을 내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포상금은 모두 배 단장이 개인 자격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배 단장은 중견 건설사 창성건설의 대표 겸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이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이자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창설자인 배창환 창성그룹 회장(68)이 부친이다. 배창환 회장 역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을 맡은 인연이 있어 국제대회에서 보기 드물게 ‘부자(父子) 선수단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선수단장 개인이 거액 포상금을 내건 것도 전례가 없지만, 부자 선수단장이 배출된 것도 국제 스포츠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배 단장은 “선수단장을 맡았다는 얘기에 아버지가 매우 기뻐하셨다”며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바이애슬론에 심취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스키를 배우면서 동계스포츠의 매력을 알게 됐다. 열악한 현실도 동시에 접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 선수들은 생업을 이어가며 훈련비와 대회출전비를 어렵게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장애인 동계스포츠 후원에 관심을 보였다. 2012년 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을 창설한 것도 그런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2015년엔 국내 기업 최초로 장애인노르딕실업팀도 창단했다. 이번 평창패럴림픽의 강력한 메달 후보로 떠오른 신의현, 이정민, 최보규가 창성건설 소속이다. 배 단장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선 실업팀을 창단해 운동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평창 대회에서도 다치지 않고 경기를 최대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2009년 설립된 창성건설의 이사로 경영수업을 쌓다 상무를 거쳐 2014년 12월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1000억원대이던 회사 매출은 올해 3000억원을 목표로 잡을 만큼 급성장했다. 1980년 창립된 창성그룹은 창성건설을 비롯해 (주)창성, 동현전자, 하나테크, 대화프레스, 도일코리아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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