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충전으로 부산까지...전기차 배터리 음극소재 개발

입력 2018-03-08 18:02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 충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국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장보윤 책임연구원(사진) 연구진은 산화규소 나노분말을 이용해 1회 충전으로 500㎞까지 달리는 전기차 리튬이온전지용 음극소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발표했다.

각국은 전기차 보급을 위해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주행거리가 짧아 보급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해외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은 전기차들은 대부분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300~390㎞에 머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전기차 회사와 연구기관은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안에 1회 충전으로 540㎞를 달릴 수 있는 모델X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도 올해 상반기 중 390㎞ 달리는 전기차를 선보이고 빠른 시일 내에 주행거리가 500㎞인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과학자들은 전기차 가격의 절반에 이르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충전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전극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산화규소 분말은 지름이 30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하지만 리튬과 잘 반응하는 실리콘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흑연 음극소재보다 전기 용량을 4배까지 높일 수 있다. 규소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산화 반응을 제어하기 어려워 진공 상태에서 합성하기 때문에 제조비가 비싸다. 반면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나노분말은 진공과 유사한 상태를 만들어 일반적인 환경에서 합성할 수 있다. 1㎏에 2~3달러에 불과한 저가 규소원료를 사용하는데다 일반적인 용융장치로 생산할 수 있어 경쟁국 일본보다 제조비가 30~50% 낮다. 평균 8~10시간만 운영하던 제조공정을 100시간 연속 운전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에너지연구원은 최근 이 기술을 벤처기업인 테라테크노스에 이전했다. 이 회사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제품을 양산해 테슬라를 비롯해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3년 115억달러이던 리튬이차전지 시장규모는 올해 43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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