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 연임될까…찬반 의견 갈려

입력 2018-03-09 11:44   수정 2018-03-09 14:09



KT&G의 정기주주총회(3월16일)가 올해 '주총 데이' 중 화두로 떠올랐다.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두고 표대결까지 언급되고 있어서다.

9일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해 주총 의안분석 임무를 맡아온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백 사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놨다. KT&G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반대 의견의 핵심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후보 선임 절차'와 '분식회계 의혹' 등이 백 사장 연임의 가장 큰 결격 사유(기업가치 훼손 우려)다.

가장 먼저 KT&G의 사장 후보 선정 과정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란 지적이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30일 사장 공모를 진행, 단 이틀간 서류를 접수한데 이어 나흘 만에 공모 절차를 끝냈다. 지원자격도 이전과 달리 '내부 인사'로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셀프 연임'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KT&G의 사장 후보 선정 과정이 폐쇄적으로 진행되는 등 절차에 문제가 있다"라고 했다.

KT&G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보유지분이 9.09%(2017년 3분기말 기준)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기업은행(약 7.5%, 2016년말 기준),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5.48%), 블랙록펀드(5.47%) 등이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은 정부(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51.8%)다. 기업은행은 백 사장의 연임에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내놨다. 이것이 KT&G의 주총에 시선이 쏠린 가장 큰 이유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사실상 정부의 흡연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은행이 반대하는 백 후보자가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주도해 나갈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기업은행은 또 'CEO(최고경영자) 리스크'를 연임 반대 이유로 꼽았다.

KT&G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에 KT&G가 투자(2017년7월, 1534억원)한 것과 연관된 분식회계 의혹이다.

백 사장은 7년 전 KT&G가 트리삭티를 인수할 시기에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근무, 해외사업을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KT&G의 주주가치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KT&G가 상장기업인 만큼 주식시장에선 이미 부정적인 주가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의 사장 후보 공모절차가 완료된 이후 이달 2일까지 종합주가지수(KOSPI)가 3.1% 하락한데 반해 KT&G의 주가는 14.3% 내렸다. 백 사장의 연임 이슈가 주주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이 연구소의 해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앞서 KT&G 이사회 의장에게 공문을 통해 사장 후보 심사 내용과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원은 KT&G의 최대주주(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에 영향을 끼칠 글로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경우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 입장을 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ISS는 후보 선정 절차에 대해 '공모기간은 짧았지만 공정했다'는 의견을,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현재까지 중대한 혐의는 없다'라고 판단했다.

KT&G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대전광역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백 사장의 연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참석한 주주수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주총 전 찬반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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