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않으면 '흉자' 비난하기도
도 넘은 비난 '역효과' 우려도
[ 신연수 기자 ] 1020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낯설고 급진적 방식의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채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외치는 이른바 ‘탈코르셋 인증’ 움직임도 활발하다. 여성에게 긴 머리나 화장한 얼굴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을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탈코르셋 인증샷’이 속속 올라온다. 인증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이뤄진다. 해시태그 ‘#탈코르셋_인증’을 달고 잘려나간 머리카락 뭉텅이나 깨진 화장품 병 사진을 올리는 방식이다. 팔과 다리, 겨드랑이 부위의 털을 제모하지 않은 모습을 찍어 인증하기도 한다. 사진과 함께 ‘드디어 코르셋을 벗었다’ ‘평가의 계단에서 내려온 기분’이라는 메시지를 올리면 많게는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있다.
급진적 여성주의(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통념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고 행동한다.
10대들의 참여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여성 청소년들이 페미니즘을 접하고 토론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바사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10대 여자 청소년들이 외모 지적 등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이 심각하다”며 “최근 ‘미투 운동’에서 10대들도 폭로에 참여한 것처럼 여성 운동의 지평, 연령대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증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들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일부 비뚤어진 행태 때문이다. 한 여성이 ‘눈 수술을 해서 화장하지 못해 걱정이다’고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흉자’ ‘한녀충’ 등의 비하적 표현이 담긴 악성 댓글을 다는 식이다. 코르셋을 옹호하고 재생산한다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탈코르셋 운동이 취향의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해 오히려 본래 취지인 ‘다양한 여성상’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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