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은행 대출 축소하자
기업들 자금조달 다변화 나서
미국 금리인상에 한·미금리 역전
김치본드 흥행 성공할지 관심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11일 오후 2시54분
지린시철로투자개발은 2006년 중국 지린시가 설립한 인프라(사회간접자본) 기업이다. 지린시 내 철도와 수도사업을 독점으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 등급을 부여받고 본격적인 달러화 채권 발행절차에 들어갔다.
지금껏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한 중국 기업은 네 곳에 불과했다. 에스앤씨엔진그룹(2012년 250억원)과 동방항공(2016년 1750억원)이 원화로, 공상은행아시아(2014년 3090억원)와 하이난항공그룹(2015년 3350억원)이 위안화로 채권을 찍었다.
지린시철로투자개발이 한국 채권시장을 두드린 배경엔 중국 정부의 레버리지 비율(부채 의존도) 규제 강화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은행에 대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기업들에는 은행 의존도를 축소하고 자금조달 방식을 다변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 여파로 지난해 중국 기업의 역외 채권발행 규모는 1900억달러(약 204조원)로 전년 대비 7배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시장의 저렴한 조달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 채권시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내 기준금리를 서너 차례 올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연 1.25~1.50%에서 1.50~1.75%로 인상되면 한국 기준금리(연 1.50%)를 넘어서게 된다.
시중에선 미국 국채 금리가 이미 한국 국고채 금리를 웃돌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미국 1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034%로 같은 만기의 한국 국고채 금리(연 1.898%)보다 0.136%포인트 높다. 주로 미국과 홍콩에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해온 중국 기업들이 더 저렴한 비용에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번 김치본드 발행이 한국 시장의 장애물을 넘어 흥행에 성공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국내 채권투자의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이 외국 기업이 발행한 사모 회사채에 투자하면 이를 회계상 유가증권이 아니라 대출로 반영해야 한다. 채권 투자가 기업 대출로 잡히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국내 기관들이 외국 기업의 채권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에서 외국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2000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액(주식 관련 채권 포함)의 0.3%에 불과했다.
지린시철로투자개발은 국내 기관투자가의 구미를 당길 만한 채권 수익률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연 4% 이상의 금리(원화 기준) 수준에서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1년 만기 A등급 회사채 평균금리(연 2.67%)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김치본드가 성공적으로 발행되면 한국 채권시장을 찾는 해외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검토 중인 중국 기업이 적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올릴수록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JP모간은 “중국 지방정부 산하 국유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상대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낮고 수익률은 높은 편이어서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 김치본드
해외 기업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원화 이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 원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금리가 낮을 때 주로 발행된다.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채권은 ‘아리랑본드’라고 부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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