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후계자 지정 안한 시진핑
3연임 제한 삭제 절대권력 제도화
왕치산 등 친위대 주요직 배치
반부패 명분 국가감찰위 신설
정적 축출 수단으로 활용할 듯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인 천하’ 시대를 장기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헌법 수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로막는 법적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졌다.
앞으로 시 주석의 절대권력 강화를 뒷받침할 부패 척결 기구인 국가감찰위원회 신설안도 처리됐다. 오는 17~19일 확정되는 국가지도부 인사에서는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 주요 보직에 대거 발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현실화할 수 있는 ‘3박자’가 모두 갖춰지게 된 것이다.
◆이미 예상된 장기집권 야심
중국 최고 지도자는 세 개의 직책을 겸임한다.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그리고 국가주석이다. 이 중 국가주석직만 임기 제한이 있고, 나머지 두 직책은 임기 규정이 없다. 1982년 제정돼 네 차례 부분 수정된 헌법 79조 3항엔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부주석의 임기는 전인대 회기와 같고, 연임은 두 차례를 넘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전인대 회기는 5년이다. 따라서 국가주석은 5년에 2연임, 즉 10년이 임기였다.
이번 개헌은 새로운 조항을 넣은 것이 아니라 기존 조문에서 열 글자를 없애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헌법 79조 3항의 세 번째 문장 끝에 나오는 ‘연임은 두 차례를 넘을 수 없다’는 부분을 삭제한 것이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야심은 집권 2기를 연 지난해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예견됐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 업무보고에서 “1단계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2단계로 2050년까지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자신의 임기(2022년) 이후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자 장기집권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시 주석은 또 19차 당대회가 끝난 뒤 열린 19기 정치국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차차기 최고 지도자를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관례를 25년 만에 깨고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았다.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음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시 주석에게는 헌법 개정 외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그의 권력이 당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에서 나오는 것이지 국가수반으로서의 지위인 국가주석에서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군사위 주석 자리만으로 최고 실권자로서의 힘과 권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실권자 따로, 국가수반 따로인 옛날 방식이 개방·현대화의 큰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찰 확대와 측근 전진 배치
이날 통과된 개헌안에 들어간 국가감찰위원회 설립도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국가감찰위가 헌법상 기관으로 공식 출범함에 따라 시 주석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국가감찰위는 시 주석 집권 1기에 그의 권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된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대체하게 된다. 중앙기율위가 공산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국가감찰위는 당원뿐 아니라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의 판사와 검사, 의사, 교원, 국유기업 간부까지 감독한다. 조사, 심문, 구금은 물론 재산 동결과 몰수까지 할 수 있어 훨씬 강력한 권한을 지닌다. 시 주석이 지난 5년간 부패 척결을 내세워 정치적 견제 세력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국가감찰위의 신설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기반 마련을 위해 남은 한 가지는 17~19일 추인받게 될 국가기구 인사안이다. 국가부주석, 국무원 부총리단, 각 부처 장관 등 요직에 시 주석의 친위세력인 ‘시자쥔(習家軍)’의 대거 발탁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전 공산당 중앙기율위 서기는 국가부주석을 맡아 대외정책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코노믹스(시진핑의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사무처장은 국무원의 경제담당 부총리와 인민은행장을 겸직할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시 주석이 종신집권의 길을 갈지에 쏠리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운 업적을 내야 한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은 향후 5년간 장기집권 명분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자신이 제시한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는 2035년까지는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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