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회장이 열어가는 LS산전의 '스마트 팩토리'

입력 2018-03-11 19:47  

청주 스마트공장 가보니
무인차가 생산제품 옮기고 전력도 자체 조달

스마트기술로 생산량 3배
불량률은 98% 감소

ESS로 전력 저장해 사용
외부 전력 없이도 공장 돌려

"중소기업의 무인공장화 적극 돕겠다"



[ 노경목 기자 ]
무인운반차가 부품을 싣고 달려왔다. 전자식 전력개폐기를 제조하는 생산라인의 센서를 통해 미리 쌓아놓은 부품의 양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었다는 정보를 받고서다. 제품 제작이 끝난 라인 반대편에서는 시각 센서가 불량 여부를 검사했다. 제품을 돌려가며 각 면의 17개 항목 53개 포인트를 살피는 센서는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다. 무인운반차는 이렇게 제작된 제품을 다시 포장 설비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 지난 9일 방문한 LS산전 충북 청주 1공장의 스마트팩토리 라인이다. LS산전은 1공장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과 2공장의 스마트에너지 시스템을 다른 중소기업에 보급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설비를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LS산전이 그린 ‘공장의 미래’

진성옥 LS산전 청주1공장 생산기술팀장은 “오는 9월부터는 완제품 검사에 한 명씩 배치돼 있는 인력도 철수해 100% 무인화가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여덟 명이 일하던 생산라인에서 생산직 근로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LS산전은 이들을 신규 라인에 배치하거나 라인 관리직으로 전환해 고용을 유지할 계획이다.

인건비는 줄었지만 생산효율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지능화가 추진되기 전인 2010년 이전과 비교해 생산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불량률은 98%나 감소했다. 그 덕분에 하루 생산량은 7500개에서 2만 개까지 늘었다.

스마트팩토리는 특히 한 라인에서 여러 모델을 제조하는 혼류생산에서 강점을 보였다. 특정 모델을 생산하다 다른 모델로 생산 방식을 전환하는 데 사람은 1분 안팎이 걸리는데 스마트팩토리 설비는 제품을 인식하고 3.8초 만에 알맞은 부품을 찾아 부착한다.

1공장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2공장에서는 또 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대형 변압기 등을 제조하면서 공장에서 필요한 전력의 절반을 자체 조달하는 설비를 갖췄다. 공장 지붕에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았다가 사용한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철소 등에서 이 설비를 활용하면 외부 전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공장을 돌릴 수 있다.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생산량이 늘더라도 한계비용은 0에 수렴하는 공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공장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변신

구자균 LS산전 회장(사진)은 이 같은 경험을 발판으로 스마트공장 자체를 외부에 판매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이 변압기와 전력 스위치 등 전력 인프라 관련 설비인 만큼 본업과 거리가 먼 것도 아니다. 구 회장은 “기존 사업만으로는 미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만큼 스마트플랫폼을 제공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정보통신 융·복합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LS산전은 다른 기업들이 노출을 꺼리는 생산설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인설비 구축 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진 팀장은 “생산라인이 휘는 구간에서 제품 위치를 자동으로 잡아주려면 원래 수백만원짜리 일본제 설비가 필요했다”며 “우리는 휘는 각도에 맞춰 디자인된 플라스틱판을 설치해 1만분의 1 가격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적게는 천만원에서 수억원만 들여도 공정 효율이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는 물론 다른 기업 노동조합 간부들까지 와서 청주 1공장을 돌아보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중동의 한 기업이 LS산전 설비를 그대로 깔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초기만 해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보이던 구 회장의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주=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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