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셔츠 입고 나온 타이거 우즈 발스파챔피언십 준우승 '완벽부활' 포효

입력 2018-03-12 07:00   수정 2018-03-12 17:23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완벽한 부활을 신고했다. 4년 7개월 만에 잡았던 우승기회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준우승으로 자신의 복귀 후 최고 성적을 적어내며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우즈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골프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650만달러)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로 1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우즈는 패트릭 리드(미국)와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15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2년 7개월여만의 첫 ‘톱10’진입이다. 우즈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샷이 계속 날카로워졌고 경기감각이 돌아왔다.하지만 퍼트가 몇개 잘 떨어지지 않았다”며 만족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우승컵은 최종합계 10언더파를 친 폴 케이시(영국)가 가져갔다. 유럽투어 강자(13승)인 케이시는 이날만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PGA 투어 2승째를 잡아냈다. 마지막까지 선두를 추격했던 패트릭 리드(미국)는 18번홀에서 역전을 노리며 시도했던 버디 퍼트가 내리막을 타고 다시 내려오는 바람에 보기를 범하고 케이시에 우승컵을 헌납하고 말았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마지막날을 맞은 우즈는 전반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시작부터 우승 기대감을 키웠다. 빨간셔츠를 입고 나온 그의 결연한 표정과 맞물리며 완벽한 부활의 전주곡을 쓰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4번홀(파3)에서 한 타를 잃어 스코어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이언 티샷이 짧았고,또 왼쪽으로 감겼다. 여기에 어프로치마저 길게 굴러가는 바람에 파퍼트에 실패했다.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추격의 기회도 계속 다가왔다. 선두에 2타 뒤져있던 14번홀(파5)에서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드라이브 샷을 날렸다. 두 번째 아이언 샷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공은 그린 근처 프린지에 떨어졌고 이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25m정도 긴 거리 퍼트가 턱없이 짧았고 버디 퍼트마저 홀컵 근처에서 힘을 잃고 왼쪽으로 흘렀다. 선두 추격이 다시 한 번 동력을 잃었다. 파행진은 16번홀(파4)까지 지루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우즈는 왕년의 골프황제 답게 맥없이 18홀을 끌려가진 않았다. 17번홀(파3)에서 10m가 넘는 퍼트를 홀안에 떨어뜨리며 선두를 1타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갈 수 있었던 마지막 1타가 아쉬웠다. 18번홀(파4)에서 노린 버디 퍼트가 짧았다.

우즈가 돌파구를 모색하며 고전하는 사이 6타를 줄여낸 폴 케이시는 먼저 2타 차 단독선두로 경기를 끝마친 상태였다. 케이시는 가장 까다로운 홀들이 모여있는 ‘스네이크핏(16~18번홀)’까지 무난하게 막아냈다. 4라운드 동안 가장 많은 타수를 줄여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나온 것이다. 이후 선두를 뒤집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케이시의 1타 차 우승이 그대로 확정됐다.

우즈의 티샷은 괜찮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61.54%로 4라운드 중에서 가장 좋았다. 어프로치도 나쁘지 않았다. 그린 적중률이 77.78%였다. 4개의 어프로치 샷을 제외하고 14개의 샷을 모두 그린에 떨궜다. 그린주변은 특히 수훈갑이었다. 칩샷과 그린 어프로치로 위기에서 파를 세이브했고, 적지 않은 버디 기회를 가져다 줬다. 하지만 퍼트에서 날카로움이 2%부족했다. 3~4m짜리 버디 퍼트가 반컵씩 살짝 살짝 빗나갔다. 일부 퍼트는 홀에 이르지 못하고 짧았다. 거리감이 1~3라운드에 비해 약간씩 둔감한 듯했다.

아이언 샷도 아쉬움을 남겼다. 당겨치는 샷이 자주 나왔다. 11번홀(파5)이 대표적이다.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벙커로 들어갔고,세 번째 웨지샷이 또 다시 왼쪽으로 당겨져 그린 러프에 빠졌다.페이드 샷이 불완전하게 걸릴 때 나오는 부작용이 이어진 것이다. 15번홀(파3) 역시 아이언 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그린러프에 공이 올라가 어려운 퍼트를 남겼고,버디를 잡는 데 실패했다.

우즈는 우승은 못했지만 복귀 후 최고의 성적을 적어내며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클럽을 잡은 지 18라운드만에 우승경쟁에 나설 정도로 투어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라 다음 대회에서 얼마든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4주동안 3개 대회를 성공적으로 소화하면서 우려했던 ‘체력’문제도 말끔히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이번 대회 목표가 톱10 진입이었다. 준우승은 2013년 8월 페덱스컵 시리즈인 바클레이스 이후 처음이다. 우즈는 다음 주 열리는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실전감각을 더 끌어올린 뒤 4월 마스터스에서 다시 복귀 후 첫 승에 도전한다.

우즈는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는 파머가 작고한 이후에도 몇년간 못나가 아쉬움이 컸다. 대회에 대한 좋은 기억도 많다. 이번 출전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그는 이 대회에서 8승을 거뒀다.

지난해 4월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는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월드챌린지로 샷감을 조율한 뒤 올해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을 통해 PGA 투어 대회에 정식으로 복귀했다. 이 대회에서 공동 23위로 가능성을 보여준 우즈는 이후 제네시스 오픈에서 커트 탈락을 당하면서 다시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휴식없이 곧바로 출전한 혼다 클래식에서 공동 12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쌓기 시작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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