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추천' 관행이라지만 사장이 추천해놓고
청탁 없었다는 건 말 안돼
청년층 비판 여론 확산에 청와대에서도 부정적 기류
수사 대상 국민·하나은행 긴장… 2금융에선 폭로 쏟아질수도
[ 박신영/윤희은 기자 ]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2일 결국 사퇴했다. 논란이 빚어진 지 사흘 만이다. 청와대가 아직 사표를 수리하진 않았지만 최 원장은 최단명 금감원장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최 원장이 사의를 밝힌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 의지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추천은 해놓고 채용 압박은 없었다는 최 원장의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게 정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20~30대를 중심으로 최 원장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금융권도 초긴장 상태다.
“관행이 청탁의 시작”
최 원장은 이날 오전까지 자신에게 제기된 채용청탁 의혹과 관련해 결백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내부 추천을 했을 뿐 청탁 압박은 없었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KEB하나은행도 맞장구쳤다. 최 원장이 지난 10일 채용청탁 의혹의 사실관계를 KEB하나은행에서 밝히라고 요구하자 KEB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이 채용 과정에 개입하거나 이로 인해 하나은행이 해당 인물의 평가 점수를 조작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론 등이 최 원장과 KEB하나은행을 보는 시각은 달랐다. 금융회사의 ‘추천’이라는 관행이 채용비리의 ‘몸통’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금융권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금감원장이 자신이 임원으로 재직할 동안 내부에 신입직원을 추천한 것 자체가 채용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최 원장이 활용한 추천제도는 다른 지원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최 원장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내부 ‘VIP추천제도’에 따른 것이라는 게 KEB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 제도로 KEB하나은행은 임원이나 해당 은행 거래처 관계자가 추천하는 인물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은 “서류전형에서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탈락하는데 특정인만 1차 전형을 ‘자동 통과’시켜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기회의 균등이라는 기본 권리를 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금융권 긴장 “채용비리 쓰나미”
금융권은 다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최 원장이 사임하면서 금감원이 또 한 차례 고강도 채용비리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무엇보다 KEB하나은행이 잔뜩 얼어붙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이날 오전에 밝힌 특별검사단 구성과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철저히 따져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금감원 조사로 밝혀진 55건의 채용비리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혐의는 2016년 발생한 것으로 금감원 측은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이 불거진 2013년까지 검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이 밖에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넘긴 곳은 국민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다섯 곳이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은행의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장의 사퇴로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다시 확인한 만큼 검찰 수사 강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추가 조사 대상에 보험·저축은행·카드회사 등 2금융권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금감원은 2금융권의 채용비리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미투’ 운동처럼 내·외부인의 채용비리 고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특정 제보자가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신영/윤희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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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없었다는 건 말 안돼
청년층 비판 여론 확산에 청와대에서도 부정적 기류
수사 대상 국민·하나은행 긴장… 2금융에선 폭로 쏟아질수도
[ 박신영/윤희은 기자 ]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2일 결국 사퇴했다. 논란이 빚어진 지 사흘 만이다. 청와대가 아직 사표를 수리하진 않았지만 최 원장은 최단명 금감원장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최 원장이 사의를 밝힌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 의지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추천은 해놓고 채용 압박은 없었다는 최 원장의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게 정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20~30대를 중심으로 최 원장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금융권도 초긴장 상태다.
“관행이 청탁의 시작”
최 원장은 이날 오전까지 자신에게 제기된 채용청탁 의혹과 관련해 결백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내부 추천을 했을 뿐 청탁 압박은 없었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KEB하나은행도 맞장구쳤다. 최 원장이 지난 10일 채용청탁 의혹의 사실관계를 KEB하나은행에서 밝히라고 요구하자 KEB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이 채용 과정에 개입하거나 이로 인해 하나은행이 해당 인물의 평가 점수를 조작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론 등이 최 원장과 KEB하나은행을 보는 시각은 달랐다. 금융회사의 ‘추천’이라는 관행이 채용비리의 ‘몸통’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금융권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금감원장이 자신이 임원으로 재직할 동안 내부에 신입직원을 추천한 것 자체가 채용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최 원장이 활용한 추천제도는 다른 지원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최 원장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내부 ‘VIP추천제도’에 따른 것이라는 게 KEB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 제도로 KEB하나은행은 임원이나 해당 은행 거래처 관계자가 추천하는 인물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은 “서류전형에서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탈락하는데 특정인만 1차 전형을 ‘자동 통과’시켜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기회의 균등이라는 기본 권리를 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금융권 긴장 “채용비리 쓰나미”
금융권은 다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최 원장이 사임하면서 금감원이 또 한 차례 고강도 채용비리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무엇보다 KEB하나은행이 잔뜩 얼어붙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이날 오전에 밝힌 특별검사단 구성과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철저히 따져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금감원 조사로 밝혀진 55건의 채용비리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혐의는 2016년 발생한 것으로 금감원 측은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이 불거진 2013년까지 검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이 밖에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넘긴 곳은 국민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다섯 곳이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은행의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장의 사퇴로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다시 확인한 만큼 검찰 수사 강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추가 조사 대상에 보험·저축은행·카드회사 등 2금융권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금감원은 2금융권의 채용비리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미투’ 운동처럼 내·외부인의 채용비리 고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특정 제보자가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신영/윤희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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